존슨 기용 등 기자들 난감한 질문에
능란하게 응수하며 분위기 조성
브렉시트 협상 시작 시기 두고선
올랑드와 이견 표출… 난관 예고
“올랑드가 메르켈보다 더 불편한 상대였나?” 21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파리 엘리제궁 기자회견장에 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소 곤혹스런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올랑드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보다 강경하게 영국의 조속한 유럽연합(EU) 탈퇴를 촉구한 것을 염두에 둔 까탈스런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길게 지체하지 않고 올랑드 대신 앞에 앉아있던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를 가리키며 “내가 내무장관으로 일할 당시 프랑스의 내무장관이던 발스와 좋은 관계를 가졌다”며 “이게 앞으로 내가 일할 자세”라고 답했다. 과거의 마찰에 연연하지 않고 긍정적 관계를 꾸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올랑드와 메이의 만남은 예상보다 부드러웠다”고 평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로 어색한 사이가 된 독일과 프랑스 정상을 잇따라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특히 기자들의 예리한 질문에 재치 있게 응수하며 유럽 외교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메이 총리는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보리스 존슨을 외무장관에 임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축구로 따지면 경기에 뛰고 싶지 않은 선수를 왜 출전시켰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브렉시트 진영을 이끌며 EU통합을 히틀러의 야심에 비유하는 등 갖은 막말을 쏟아낸 존슨의 기용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존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치러진 총리 경선에서는 돌연 사퇴해 “무책임한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메이 총리는 웃으며 “독일처럼 축구를 잘하는 나라에서 영국 총리가 축구 이야기를 하는 건 위험할 것 같다”고 답했다. 독일의 축구 실력을 추켜 세우며 난감한 질문을 피해간 것이다. 그러면서 “영국은 독일과 긍정적 관계를 맺고 싶다”며 “이는 장관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가능하다”고 말해 내각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메이 총리는 또 메르켈의 첫 인상에 대한 물음에 “중요한 건 여기 열심히 일하는 두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메이가 두 여성 지도자의 역사적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영국과 독일 모두 ‘윈윈’하는 협상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피력하자, 메르켈 총리도 웃으며 “게나우(genauㆍ확실히 맞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브렉시트 협상의 난관을 예고하는 대목은 여러 차례 노출됐다. 올랑드 대통령은 “영국의 새 정부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브렉시트로 유럽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협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국이 EU의 단일 시장에 남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EU의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는 영국과의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메이도 “브렉시트에서 나타난 영국민의 민심을 관철할 것”이라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자국의 채무 탕감을 논의하기 위해 2015년 메르켈을 찾았을 때 극진한 환대를 받았지만 불과 6개월 후 가혹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았다”고 논평했다. 훈훈했던 첫 만남과 달리 본격적인 협상에 접어들면 분위기는 냉랭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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