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첫 비공개 투표에서 포르투갈 총리 출신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 외교가와 포린폴리시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15개 안보리 이사국을 대상으로 12명의 제9대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들에 대한 선호 정도를 평가하는 비공개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구테헤스가 12표의 ‘권장(encouraged)’ 표를 획득해 선두주자로 나섰다. 각 이사국은 후보들에 대해 ‘권장’ ‘비권장(discouraged)’ ‘의견 없음’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되어 있으며 구테헤스의 뒤를 이어 다닐로 튀르크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11표의 ‘권장’ 표를 받아 2위에 올랐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를 지낸 후 2005년부터 줄곧 UNHCR를 이끈 구테헤스는 다양한 경험과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에 능통해 “가장 유력한 차기 사무총장 후보”라는 외교가의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외신들은 그가 지난해부터 고조된 유럽난민위기를 훌륭히 대처하면서 각 이사국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구테헤스와 튀르크에 이어 불가리아 국적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세르비아 출신의 부크 예레미치 전 유엔총회 의장, 마케도니아의 스르잔 케림 전 유엔총회 의장 등이 9표씩 ‘권장’ 표를 받았다.
이 밖에 여성 후보 중 한 명으로 각광을 받았던 베스나 푸시치 크로아티아 전 외교장관은 ‘비권장’의견을 11표나 받았고 나탈리아 게르만 몰도바 부총리, 이고르 루크시치 몬테네그로 외교장관 등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사실상 경쟁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달 중 한 차례 더 비공개투표를 진행한 후 가장 ‘권장’의견이 많은 후보 1명을 9월 총회에 상정해 최종 선출할 계획이다. 다만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은 최종적으로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