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스핀 더 월드(Spin the World)’를 내면서 한국에서 공연하는 걸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첫 공연인데 매우 큰 행사라서 긴장되고 떨립니다.”(오토ㆍ32ㆍ드럼)
2004년 데뷔해 10년 넘게 태국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록 밴드 슬롯 머신의 네 멤버는 한국에서 첫 공연을 앞두고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는 듯했다. 21일 서울 서초동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태국에도 한국 음식점은 많지만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한정식이나 김치찌개, 비빔밥처럼 ‘오리지널’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슬롯 머신은 22일부터 사흘간 경기 이천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열리는 2016 지산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의 첫날 무대에 오른다.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유일한 동남아시아 지역 밴드다.
슬롯 머신은 고등학생이던 포엣(보컬ㆍ31)과 각(베이스ㆍ31)이 2000년 만든 스쿨밴드에서 출발했다. 이후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음반사인 소니뮤직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2004년 첫 앨범을 내놓았다. 밴드 이름은 “각각의 칸에 어떤 그림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슬롯머신처럼 음악을 하고 싶다는 뜻으로 지었다”(포엣)고 한다. 좋아하는 음악도 솔 가수 제임스 브라운과 라틴 록 기타리스트 산타나(오토), 얼터너티브 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각), 비틀스의 존 레넌과 레게 뮤지션 밥 말리(포엣), 아일랜드 록 밴드 U2의 기타리스트 엣지(빗) 등 서로 다르다.
이들은 2013, 2014년 MTV 유럽 뮤직 어워드에서 ‘최우수 동남아시아 아티스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서구 음악 관계자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다. 린킨 파크의 방콕 공연에서 오프닝을 맡았고 제이슨 므라즈와 함께 MTV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다. 캐나다의 보이밴드 모패츠 멤버였던 스콧 모팻, 호주의 유명 프로듀서 대니얼 덴홈 등 해외 프로듀서들과 작업하며 일찍부터 세계적 수준의 음악을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U2, 롤링 스톤스 등의 앨범에 참여한 거물급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가 프로듀서로 나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물급 프로듀서와 작업하게 됐는데 이번 앨범을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 달 안에 모든 걸 마쳐야 했거든요. 녹음 일정은 빡빡했지만 매우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고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포엣)
방콕은 어디서도 음악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기타를 연주하는 빗(32)은 “태국의 대중음악은 춤 추기 좋은 신나는 노래가 많다”며 “우리 음악도 기본적으로는 춤 추기 좋은 록”이라고 설명했다. ‘스핀 더 월드’도 대중적인 영국 록의 색채가 진하다. 모든 곡의 가사를 쓴 포엣은 “글로벌한 감성의 곡들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태국적인 리듬과 멜로디가 있다”고 말했다. 각과 오토는 같은 발음이지만 성조에 따라 달라지는 뜻의 언어들을 예로 들며 “태국어는 성조가 있어서 멜로디를 쓰는 데 한계가 있는데 이번엔 영어로 불러서 좀 더 자유롭게 멜로디를 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슬롯 머신은 빗과 오토가 가세한 2006년부터 거의 멤버 변동 없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오토는 “우리 모두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음악에만 집중하면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슬롯 머신만의 장점을 묻자 각은 “똑같은 걸 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YB 등 한국 록 밴드들을 좋아한다는 이들은 “언젠가 한국 프로듀서와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슬롯 머신은 한국 공연 후 일본으로 건너가 후지록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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