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중 FTA가 공식 발효됐다. 이때부터 필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수출초보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중국,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담당 업무는 수출 희망 기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Roadmap)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관련 솔루션을 제안하며 전문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좋은 물건을 만들어 가장 싸게 판다면 이보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장 낮은 단계이기도 하다. 다음 단계는 좋은 물건을 비싸게 파는 일이다. 더 나아가면 평범한 물건에 부가가치를 창출해 비싸게 팔수도 있다. 아마도 기업 입장에선 최상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아쉬운 사례는 최상의 제품을 갖추고도 준비 부족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면서 제대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할 때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 정보에 어둡고 활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참고로 올해 중소기업청 총예산은 8조923억 원이다. 이 가운데 10% 이상이 중소기업수출역량강화사업, 중소기업해외진출사업 등에 쓰였거나 투입될 예정이다. 그림의 떡으로 생각할 게 아니다. 이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KOTRA와 KITA, 중소기업청의 정책 및 지원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실적은 대기업이 2/3 가량을 차지한다. 중소기업 비중은 아직 20%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지원 정책과 각 공공기관에서 내수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수출전선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다만 세계 경제가 침체 상태에 놓여있어 업체 당 수출규모는 정체되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내수기업과 수출초보기업들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IMF, 리먼브라더스, 브렉시트, 사드 등 예전이라면 개념조차 생소했을 대내외적 변수들이 이제 우리 중소기업들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두가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해야하는 이유다.
수출 전선에서 투지와 근성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식이 아닌 창조와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일류 상품은 기본이요, 개발단계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전 세계를 향한 드넓은 목표와 계획을 경영주는 물론 임직원들이 상시 공유해야 한다.
글로벌화는 중소기업의 새로운 성장 돌파구이자 더 높고 빠른 성장의 기회다. 목표 달성에 있어 자사 제품에 대한 브랜드화와 타깃시장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제품 개발이나 판매채널 개척 등은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행돼야 한다.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사치로 여기는 사고부터 변화를 주자. 경쟁사와 비교한 외형 목표 수립이나 매출 및 수출에 있어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관행도 버려야한다. 과시적인 외형 매출을 추구하기 보단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며 탄탄한 내실을 다지는 기업으로 거듭날 때 글로벌 시장의 문은 활짝 열린다.
이수한 뷰티한국 기자 nuh2006@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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