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에 막강 영향력 지닌
현직 민정수석 수사 전례 없어
“공정 수사 어려울 것” 전망 많아
“특별수사팀 구성” 주장 있지만
‘규명보다 처벌에 무게’ 인상 부담
“수사 위해서라도 사퇴” 목소리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을 고소인과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하게 될 검찰이 수사범위와 방식 등을 두고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검찰 인사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직 민정수석을 상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라도 우 수석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20일 우 수석이 경향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우 수석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했다. 진경준(49) 검사장이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1,300억원대 부동산 매매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고소한 사건도 형사1부(부장 심우정)에서 조사1부로 재배당됐다. 검찰은 21일 우 수석 소환 여부와 수사범위에 대해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고소ㆍ고발 내용에 30억원 이상의 재산범죄 관련 사항이 있으면 조사부로 배당하게 돼 있는 내규에 따랐을 뿐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현직 민정수석을 수사한 전례가 없는데다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도 많은 탓이다.
검찰은 과거 민정수석 및 휘하 비서관을 수사했던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민정수석 재직 때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명목으로 진승현씨 등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신광옥 당시 법무부 차관은 검찰 수사를 받기 전 사표를 제출한 뒤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라인 3명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민정수석과 민정2비서관을 지냈던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과 김진모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각각 서면조사와 소환조사를 받았다. 장석명(52) 공직기강비서관은 현직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담보하기 위해 사퇴하라는 요구도 나왔지만 자리에서 물러나지는 않았고,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정수석실에서 물러난 뒤에 수사를 받아 검찰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직 민정수석을 그것도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평가 받는 인사를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 과거와는 경우가 다르다.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건을 맡은 부서에 부담을 덜어주고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외부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수사팀이 구성될 경우 처벌을 전제로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 특히 우 수석 고소사건과 피고발 사건은 기본적으로 범죄사실 규명보다는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특별수사팀을 꾸릴 정도의 사건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 수석뿐 아니라 유력 언론사가 사건 당사자인 만큼 오해 받을 일이 없도록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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