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변호사 2명 고용했는데
매도 측엔 공인중개사만 있어
계약 당일 현장에 있던 禹수석
역할 없었다는 건 납득 힘들어
2011년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당시 현직 검사였던 우 수석이 과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게 사실이냐는 것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던 그가 실제로는 매매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상적 거래”라는 해명 전체의 설득력도 사라지게 된다.
지난 18일 조선일보가 문제의 부동산 거래를 보도하면서 ‘진경준(49ㆍ구속) 검사장이 매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우 수석은 즉각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처가에 확인한 결과, 부동산중개업체에 1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주고 정상적으로 매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검사장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과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특혜 매입’ 의혹은 물론, 자신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을 눈감아 줬다는 의혹도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공개해명에 나선 우 수석은 이 같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당일(2011년 3월 18일), 계약서 작성 현장에 본인이 직접 갔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는 “살림만 하던 장모님이 ‘큰 거래를 하는데 와 달라’고 해 갔고, 주로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해 드린 일”이라고 했다.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종전 주장을 이틀 만에 번복한 것이다. 다만 부동산 계약서 작성은 최종 결과일 뿐, 실제 거래조건 등은 그 이전에 이미 합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 해명과 크게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실제로 우 수석 처가와 넥슨코리아는 1년 6개월 간 가격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무려 1,326억원짜리 땅을 파는 중대사에서 ‘법률가 사위’인 그가 아무런 조력도 안 했겠느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매수인인 넥슨코리아가 김앤장 변호사 2명을 고용, 계약 관련 법률 자문을 받았다는 점과 비교할 때 우 수석 처가가 단지 공인중개사의 도움만 받았다고 보긴 힘들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1,000억원대 부동산 매매는 사실상 기업 인수ㆍ합병(M&A)과 비슷하고 계약서도 수십 쪽에 달해 변호사들을 계약에 참여시키는 게 관행”이라고 말했다.
물론 매도인보다 매수인이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 수석의 처가도 상속세 납부 문제가 걸려 있던 거래인 만큼, 법률적 검토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계약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게 밝혀질 경우, 그가 내놓은 해명의 신빙성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진 검사장 개입 여부라는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 해도, 앞으로 이 부분도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