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가 답변 유도한 것”
“수 차례 폭로 위협까지 했다”
비박 “법적 책임도 물어야”
윤리위원장 “안 다룰 수 없다”
친박 핵심 인사들이 4ㆍ13 총선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던 새누리당 친박계가 21일 대대적 역공에 나섰다. 비박계 일각에서 최경환ㆍ윤상현 의원 등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유도심문을 통한 정치공작’이라며 맞불 놓기에 나선 모습이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21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녹취록 공개 이전부터 김성회 전 의원으로부터 수차례 폭로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날 녹취록 파동을 ‘음습한 공작정치’라고 규정한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서 의원은 특히 “녹음에 보면 김 전 의원이 ‘지역구를 변경하라는 게 VIP(대통령) 뜻이냐’라고 반복해 물었는데, 이는 답변을 유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녹취록 파문이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비박계 각본에 따라 연출됐다는 주장이다. 친박계는 녹취록 유출의 전말이 밝혀질 경우 단숨에 수세에 몰린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박계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총선 공천 당시 비박계에서도 일부 예비후보들에게 지역구 변경을 요구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지난 2월쯤 넘겨진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의원의 녹취록이 전대를 앞두고 공개된 것을 봐도 의도는 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녹취록 파문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당권 주자들의 입장도 확연히 갈리고 있다.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이날 “(녹취록은) 개인적 통화”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계파를 떠나, 이해를 떠나 당 내부를 향한 총질은 자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전대 출마선언 당시 친박계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친박계로부터 사실상 비토를 당했던 이 의원이 녹취록 파문을 계기로 친박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라는 게 당내의 대체적 평가다.
반면 비박계 당권 주자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는 물론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당에서 신속히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법적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오 전 의원은 20일 교통방송에 나와 “지난번 공천 파동에서 소위 ‘공천책임 5인방’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ㆍ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탈당을 요구했다.
한편 이진곤 신임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녹취록 파문에 대해 “현재로서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 문제를 안 다룰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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