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소급 적용 우려에
국제 인권단체와 마찰 예상
터키 정부가 쿠데타 진압 나흘만인 20일(현지시간) “향후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특히 사형 제도를 부활시켜 쿠데타 가담자들에게 소급 적용한 뒤 처단한다는 방침이어서 국제 인권단체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자문 및 내각 회의를 거친 뒤 “터키 헌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테러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 세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헌법에 따르면 자연재해, 심각한 경제위기, 광범위한 폭력 사태 및 공공질서 교란이 있을 때 대통령은 내각회의를 거쳐 최장 6개월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니는 칙령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칙령 시행 당일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 터키 의회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가 과반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대통령 칙령=법률’이란 공식이 성립될 전망이다. 또 앞으로 3개월 동안 국민 기본권이 제한되는데, 구체적인 제한 내용은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른다.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됨에 따라 쿠데타 세력은 물론, 반정부 및 비판 세력까지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독재 집권 가도를 닦는 작업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형제를 부활시켜 철권통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쿠데타 진압 이후 터키에서는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되거나 직위 해제된 군인과 판사, 교육공무원 등은 나흘 만에 6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9,000여명은 재판을 받고 있어 이들이 사형제의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권 단체들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 앰네스티(AI) 앤드루 가드너 터키연구원은 “사형제는 터키 군사 독재의 잔재”라며 “사형제 복원은 터키의 국제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법학자이자 인권 변호사인 빌단 이르미베소글루도 “쿠데타 용의자는 현행법으로만 재판해야 한다”면서 “사형제를 부활시킨 뒤 이를 소급 적용해 쿠데타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사형제 복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ㆍ안보정책 대표는 “사형제를 재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터키는 1984년 마지막 사형 집행을 했고 이후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2004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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