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리버캐년의 규모에 놀라고 나미브 사막 소수스플라이의 붉은 빛에 감탄했다.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과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에서는 아프리카 사파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장엄한 물줄기를 경험했다. 히말라야에서 느껴지던 원시적 자연의 깊은 숭고함이 이 폭포에서도 느껴졌다.
소수스플라이를 거닐 때다. 철 성분이 많아 붉고 아주 가는 모래를 만지작거렸다. 햇빛에 비친 부드러운 모래알을 바라보자 갑자기 무언가 적고 싶어졌다. ‘행복’.
글자가 신기한지 외국인들이 다가와 무슨 뜻이냐며 묻는다. ‘해피니스’라 하자 다들 귀엽다며 사진들을 찍어간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 중 하나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석양이지 않을까.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아프리카의 노을을 바라보며 모두가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한다. 그리고 석양이 진 뒤 세상은 온통 별들로 가득하다. 높은 건물들이 없으니 별을 정면에서도 볼 수 있다. 눈으로 보인 아프리카는 그랬다.
내가 선택한 아프리카 여행방법은 트러킹이다. 아프리카 오버랜드투어를 이용하여 아프리카의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는 방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나미비아, 보츠와나를 거쳐 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 등을 총 20일간 일주하는 여정이다.
유럽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프리카여행 방법으로 실제 같이 참여한 여행객 대다수가 유럽 사람들이다.
아침이 되면 트럭에 올라타 인간 손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밤이 되면 캠프파이어를 하고 캠프장에서 야생 동물들과 함께 아프리카의 대륙을 등에 대고 텐트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첫날 각자 자기 소개를 했는데 행복여행을 주제로 여행을 다닌다 하니 어느새 내 별칭은 ‘해피니스’ 가 되어 버렸다.
친구들은 행복과 관련된 것들이 있으면 먼저 다가와 보여주고 행복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건넨다. 트럭을 이용하여 아프리카 대륙을 누비다 보니 자연스레 트럭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유럽인들은 대다수가 여행일기를 쓰거나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중에 흥미를 끈 이는 키티(52)라는 네덜란드 여성분. 여행 중에는 여행일기를, 평소에는 행복일기라는 것을 쓴다고 한다.
매일 내가 그날 얼마나 즐거웠는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기록한다고 한다. 기록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남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버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중에도 행복하기 위한 시간을 따로 챙겨놓고 즐기거나 새로운 목표를 정해 진심으로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트럭킹 투어 참가자 가운데 투어 기간 중 2번의 생일이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메튜라는 22살 청년과 55살 중년의 피터. 다들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해주며 생일을 준비했다. 생일을 맞은 사람들의 얼굴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다시 보니 찰나지만 단순히 행복함만이 아닌 무언가 고마움, 부끄러움, 회상 등 여러 가지 표정이 담겨있는 듯한 모습이다. 인간은 이런 극적인 순간에 여러 생각들과 기억들을 떠올리나 보다.
스와코프문트는 나미비아의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항만도시이자 아름다운 휴양지다. 바닷가와 사막의 경치가 워낙 뛰어나 스카이다이빙, 쿼드바이킹, 샌드보딩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액티비티라고는 전혀 경험이 없는 내가 어느새 사람들에 이끌려 하루 만에 이 3가지를 다해버렸다. 그 중의 하이라이트는 스카이다이빙이었다. 이날은 무슨 정신인지 보통 1만 피트를 올라가는데 옵션으로 1만2,000피트를 신청해버렸다. 경비행기를 타고 점차 올라가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1만2,000피트에 다다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엄청 추워진다. 발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 가이드가 어느 새 내 발뒤꿈치를 하나씩 툭툭 쳐내니 몸이 공중에 잠시 치솟는다. 그러더니 급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게 마치 진공청소기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잠시 후 가이드가 낙하산을 펴자 공중위로 뜨더니 내 앞에 딱 3가지가 들어왔다. 도시와 사막과 해변. 매일 하늘을 나는 새들이 보는 모습이 이런 거구나. 점차 엔돌핀이 최고조로 치솟는 느낌이 든다. 심장이 터질 듯하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그냥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다.
어느새 모든 트럭킹 일정을 마치고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헤어짐이 어색한지 누군가 라이언킹 OST의 ‘The Lion Sleeps Tonight’을 부르기 시작하자 하나 둘 흥얼거렸고 모두가 하나가 됐다. 노래가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Are you happy?" 라고 선창하자 모두가 즐거워하며 "Yes" 라 화답해준다. 우리는 누구나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일을 기약하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으로 다시 또 남은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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