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과 관련해 한반도출신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하시마 탄광(端島ㆍ군함도) 등 ‘메이지(明治) 산업혁명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당시 징용노동자의 역사에 대해 참관객에게 설명하기로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작년 7월 내각관방참여(총리의 자문역)로 발탁된 가토 고코(加藤康子)와 탄광역사 연구자, 전직 검사, 한일관계를 전공한 역사학자 등이 한 팀이 돼 과거 한반도출신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 노무관리ㆍ임금기록 제공을 요구하거나 당시 노무담당자의 증언을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중이다. 이 팀은 또 한국에 거주하는 강제징용 피해자들도 찾아가 청취조사를 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말까지 강제징용 노동자의 역사를 어떻게 대외적으로 설명할지 방안을 유네스코에 제출해야 한다.
조사의 최대 포인트는 한반도 출신자 노동의 ‘강제성’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강제노동이란 입장인 반면 일본 정부는 식민지 조선에서 자국의 ‘국민징용령’에 따라 이뤄진 조치여서 합법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양측간 간극은 일본 정부 조사팀의 활동에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 조사를 맡길 전문가 증원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팀 참여를 거절한 한 교수는 “한국에게 징용공의 강제성은 국민감정이 걸린 문제다. 조사결과가 한국 견해를 전면 부정하게 되면 한일간 대립이 심화할 것”이라며 부담을 느꼈다. 이뿐 아니라 조사팀의 책임자인 가토의 성향을 봐도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는 작년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 당시부터 한반도출신 강제노동을 부정하는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그는 한국의 시민단체 등이 일본의 경우를 나치 독일의 강제노동과 동일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면서 “역사날조다. 일본 이미지를 손상하려는 선전에 대항수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군함도’의 일부 관광가이드들은 관람객에게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탄광에 온 사람도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등의 설명을 하기도 했지만 “증거를 대보라”는 항의가 나와 설명과정을 없앤 경우가 있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정부가 관련조사를 통해 입장을 결정할 때까지 민간차원에서 앞서가선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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