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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는 외국계 금융사… 중국계만 짐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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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싸는 외국계 금융사… 중국계만 짐 푸나

입력
2016.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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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한국 행렬에 금융당국 대책 TF

中 금융사는 잇달아 한국 진출

알리안츠 이어 보험사 인수 가능성

중국 초상증권 하반기 한국 사업 시작

올 들어 유럽과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금융회사의 ‘탈 한국’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초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가 39년 만에 한국에서 은행업을 접기로 하는 등 올 들어서만 글로벌 금융회사 6곳이 한국에서 사업을 정리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계 금융사는 매물로 나온 한국 금융사를 잇따라 사들이는 등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아예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줄인 외국계 금융회사는 6곳이다. 범위를 최근 3~4년으로 넓히면 10여 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력 줄이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앞다퉈 한국 금융업에서 손을 떼고 떠난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 본사를 둔 구미계 은행의 한국 철수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영국 국영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한국 철수를 결정했고 올 들어선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가 한국에서 은행 사업을 접기로 했다. 증권사 중에선 올 들어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 계열사인 BOS증권이 지난 4월 6년 만에 한국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고,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별도법인인 바클레이즈증권도 지난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점 폐쇄 인가를 받았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앞다퉈 한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건 사업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기 때문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의 금융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이 떨어지는 한국이 구조조정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외국계 금융사의 ‘탈 한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외국계 금융회사 비즈니스 애로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진출은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동양생명을 사들인 중국의 안방보험은 4월 한국알리안츠생명을 사들이면서 한국 금융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선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 ING생명은 물론 PCA생명, KDB생명도 중국계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올 하반기엔 중국 증권사인 초상증권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HSBC 이후 순수 중국 증권사가 한국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금융사에 눈독을 들이는 건 이들뿐이 아니다. A시중은행 글로벌투자센터는 5월 중국에서 중국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투자간담회를 열었는데, 투자처로서 한국 금융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곳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이 은행 임원은 “중국 자산운용사들은 특히 한국의 보험사와 증권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금융사로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보다 금융이 발달한 한국 금융사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이 떠나고 중국계가 점령하는 것이 우리로선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서정호 실장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탈 한국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건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선진금융 기법을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며 “정부로선 외국계 금융사를 잡아둘 여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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