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점포 늘었지만 수익 정체
핀테크 기술 접목 새판 짜기
우리, 동남아 등 7개국서 출시
국민도 캄보디아서 하반기 첫 선
오랫동안 국내 은행들에게 해외진출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다.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국내 시장보다 드넓은 해외 시장이 새로운 기회이긴 했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꾸준한 노력으로 지점망(작년 말 기준 38개국 167개 점포)은 꽤나 넓혔지만 여전히 은행들의 해외 수익 비중은 고작 1~7% 수준(2014년 기준ㆍ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로 기존 수익기반이 와해되는 현실은 은행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해외사업을 자극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지점을 찾아오는 고객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 수준의 핀테크(Finance+Technology)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고객 접점을 구축하고, 고집스런 신규점포 개설방식에서 탈피하는가 하면 새로운 대출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에게 ‘해외에도 길은 있다’는 자신감도 높아지는 추세다.
해외사업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 영업망 확대다. 신한은행이 작년 베트남에 선보인 ‘써니뱅크(Sunny Bank)’, KEB하나은행이 작년부터 캐나다와 중국에 잇달아 출시한 ‘원큐뱅크(1Q Bank)’, 우리은행이 작년 7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 7개국에 선보인 ‘위비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특히 이런 모바일 금융플랫폼에 기존 대출이나 송금, 환전 등 금융서비스는 물론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한류, 패션, 문화, 메신저 등의 비금융서비스까지 담아 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최근 국내에서 출범한 금융ㆍ비금융 모바일 플랫폼인 ‘Liiv(리브)’를 하반기 캄보디아에 도입하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검증된 국내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영업망 확대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생활 밀착형 콘텐츠도 제공할 수 있어 국내 은행의 현지화를 훨씬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 中은행 지분 투자 짭짤
신한, 베트남서 대출 방식 현지화
해외진출에서 그간 공식처럼 여겨지던 투자나 영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현지 금융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현지에 단독법인을 설립해 지점망을 넓혀가는 기존 투자 방식에 몇 년 전부터 변화를 줬다. 기존 방식은 인허가 등에 상당 기간이 필요해 투자성과가 더뎠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2010년 3,500억원을 투자해 소수지분 16.98%를 확보한 중국 길림은행에서 매년 200억원씩을 배당으로 거둬 벌써 투자금의 30%를 회수했다. 중국 리스업 진출을 위해 작년 4월 지분 25%(2,000억원 투자)를 확보한 중민리스에서도 지난해 순이익 가운데 60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하나은행은 이 같은 지분투자, 비은행분야 진출 등 방식으로 2025년까지 그룹 전체의 해외이익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오래 전부터 공들여 온 베트남 시장에서 새로운 대출 방식으로 영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4년부터 평소 주거래 관계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현지 생산공장 직원들에게 특별한 형태의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현지 다른 금융사에선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직원들에게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대신 매달 월급에서 원리금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이를 통해 대출상환 위험도 줄이고 현지 영업기반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문턱이 높은 미얀마에서 우리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이 첫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소액대출금융기관으로 진출하는 것 역시 새로운 현지진출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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