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ㆍ시공 따로 재추진, 사업지연 불가피
설계, 육지석재 반입 등 사업비 증가로 공항 무산 우려도
부산항공청장 첫 울릉 현장 점검 ‘비상상황 반영’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2020년 개항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지방항공청은 울릉공항 건설사업의 기본설계를 다시 실시해 오는 8월 용역입찰 공고를 내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산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이날 “울릉공항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건설업체가 맡는 턴키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했으나 두 차례 입찰 모두 유찰돼 기타 공사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공항 건설사업은 설계와 시공까지 일괄로 추진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됐으나 공사 참여 의사를 밝힌 건설사들이 중도 포기한 데 이어 재입찰도 불발되면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시공까지 단계별로 입찰을 실시하는 기타 공사로 진행되는 것이다.
공사 발주 방식이 바뀌면서 울릉공항 건설사업은 당초 예정된 2020년 준공을 훌쩍 넘기게 됐다. 기타공사 방식은 기본설계에 이어 실시설계를 진행하고 그 뒤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기본설계에만 1년 이상 걸린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턴키방식을 한 이유가 공항을 빨리 완공하기 위해서였는데 기타공사 방식으로 전환돼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부산항공청에 빠른 진행을 요구했지만 1년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기다 울릉공항 공사를 원점으로 돌려 놓은 울릉 가두봉 암석 강도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17억 원을 들여 공항 건설에 필요한 울릉 가두봉의 암석 강도를 조사한 뒤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하지만 다시 실시되는 기본설계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국토부는 물론 용역조사 업체인 포스코엔지니어링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되면서 무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항공청은 기본설계로 사업비를 재산정하는데 비용이 늘어나면 상급 기관인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다시 사업 타당성을 논의한다. 울릉공항은 이미 지난해 국토부 기본계획 때 873억 원이나 증액되면서 사업비가 5,805억 원으로 늘었다.
과거 두 차례나 실시된 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공항 건설 비용으로 6,532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으나 이 사업비로는 타당성이 없다고 분석됐다. 이번 기본설계로 가두봉 석재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육지에서 돌을 조달해야 하면 지금보다 최소 600억 원 이상 비용이 증가, 건설사업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석재를 육지에서 가져오면 비용이 크게 늘어 공항 건설 사업의 타당성이 낮게 나올 수 있다”며 “가두봉 면적이 넓어 암석 강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겠지만 대규모 국책 사업인데 면밀히 살펴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울릉공항 건설사업에 비상이 걸리자 권상대 부산지방항공청장은 취임 1년 만에 처음으로 21, 22일 울릉도 현장을 직접 찾아 살펴보기로 했다.
울릉공항은 울릉읍 사동리 앞바다 23만6,000여㎡를 매립해 건설된다. 공항에는 너비 30m, 길이 1,200m 활주로와 연면적 3,500㎡ 규모의 2층짜리 여객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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