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과연 러시아에 철퇴를 내릴 수 있을까.
리우올림픽 개막을 보름 앞두고 러시아의 참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IOC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전화회의로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금지에 대한 법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날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모든 러시아 선수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에 대한 조치다. WADA 독립위원회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 스포츠부와 러시아 선수단 훈련센터,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등이 조직적으로 도핑 프로그램에 관여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모스크바 도핑실험실이 2011년 말부터 2015년 8월까지 양성 반응을 보인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샘플을 숨기거나 바꿔 치기 했다.
WADA는 또 작년 11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러시아 반도핑기구와 공모해 금지약물을 사용해왔다고 발표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현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태다.
육상뿐 아니라 다른 종목까지 정부가 개입해 도핑 조작을 일삼아왔다는 의혹이 번지면서 아예 이번 올림픽에 러시아 전 종목 선수들의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CAS 판결이 22일 나올 예정인데 IOC는 이 결과를 지켜본 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최종 확정할 전망이다. AP통신은 “만일 CAS가 IAAF의 손을 들어주면 IOC는 다른 종목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4년 전 런던하계올림픽에서 금24, 은26, 동32개를 따 금메달 순위에서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러시아가 불참하면 리우올림픽 전체 순위 경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AP통신은 리우에서 못 볼 수도 있는 러시아 스포츠 스타 5명을 꼽았는데 여자 기계체조의 알리야 무스타피나(22), 여자 수영 경영의 율리야 예피모바(24)와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의 나탈리야 이셴코(30), 여자 장대높이뛰기 옐레나 이신바예바(34), 남자배구 막심 미하일로프(28) 등이 언급됐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전면 출전 금지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OC 안팎에서도 “러시아 전체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는 것과 선수 개인의 권익이 충돌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CAS가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22일 최종 결정을 미룰 경우 이를 명분 삼아 IOC가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길을 열어줄 거란 관측이다.
또한 토마스 바흐(63) IOC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64) 러시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IOC는 IAAF가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 대회 참가 금지를 선포한 뒤 이와 상반된 판단을 내린 적도 있다. 지난달 22일 이사회에서 도핑 테스트를 통해 금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올림픽에 출전을 허용한다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시 도핑에 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는 IOC가 러시아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영국 BBC는 한 차례 러시아 편을 들어줘 공격 당한 경험이 있는 바흐 위원장이 이번에는 제재에 적극 앞장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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