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를 여러 번 다녔음에도 한 여름에 거제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거제에 제일 먼저 찾아와 화려하게 머물던 봄을 노래하기 위해 찾았던 것 같다. 외장하드에 보관된 거제 파일을 열어보면 동백이나 매화, 진달래, 수선화는 화려했지만 그 주변 뭍자락의 빛은 청청하지 못했다.
모처럼 짙은 초록의 찬란한 성하의 거제를 찾았으니 거제의 최고라 꼽히는 풍경을 만나기로 했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고 또 흡족해 하는 해금강과 외도다.
바다의 금강이라는 해금강은 대한민국 명승 제2호다. 해금강의 다른 이름은 삼신산(三神山). 하늘에서 보면 3개의 봉우리로 나뉘어 있는 듯한데 각 봉우리를 바다와 하늘, 땅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또 해금강은 기암의 봉우리가 칡뿌리처럼 얽혀 뻗어내린 형상이라고 갈도(葛島)라 불리기도 한다.
이 섬엔 내릴 수 없다.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볼 뿐이다. 거제의 도장포 해금강 구조라 장승포 와현 다대 등 6곳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해금강 가는 배가 출항한다. 해금강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는 곧장 해금강의 돗단섬을 스쳐 사자바위를 향해 치달았다. 하늘을 향해 치켜든 콧날과 턱, 목덜미 등 용맹스러운 사자의 형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 사자바위를 돌아가면 3개의 봉우리 모양인 해금강의 앞 모습이 나타난다. 섬의 각 바위들엔 이름과 전설이 담겨있다. 두 개의 큰 바위 사이에선 비죽 솟은 미륵불 바위가 굽어보고 있다. 파도가 깎아놓은 바위 틈인 석문으론 유람선이 조심스럽게 진입할 수 있다. 그 석문 안쪽에서 해금강 최고의 비경이라는 십자동굴을 만난다. 바위 틈으로 들어온 파도가 만든 십자 물길이다. 석문을 다시 나와 해금강을 돌면 신랑신부 바위, 병풍바위, 촛대바위, 두꺼비바위 등 기괴한 모양의 바위들과 만난다.
이 해금강을 둘러본 유람선의 다음 목적지는 외도다. 거제 해금강이 자연의 선물이라면 외도는 인간의 정성으로 빚어낸 미의 공간이다. 이국적 풍광의 해상공원.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 정해진 관람로를 따라 걸으면 비너스 가든, 조각공원, 천국의 계단 등 갖가지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섬의 아름다운 조경을 캔버스 삼아 그 틀안에 해금강의 절경을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최근 외도에 버금가게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해금강 입구의 바람의 언덕이다. 바다로 비죽 튀어나온 평평한 들판이다. 원래 염소를 방목하던 황무지였는데 풀만 가득한 이 곳이 ‘바람의 언덕’이란 멋진 이름을 얻으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외에 거제의 여름을 풍요롭게 하는 건 17개나 되는 해수욕장들이다. 학동 농소 여차는 몽돌 해수욕장으로 이름 난 곳이고, 넑고 깨끗한 백사장을 지닌 곳으론 구조라 와현 명사 등이 손꼽힌다.
거제=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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