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중인 공기청정기ㆍ차량 에어컨의 항균필터 일부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유독물질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20일 회수권고 조치를 내렸다.
환경부는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3종(판매사 위니아, 쿠쿠, LG)과 차량 에어컨 항균필터 3종(현대모비스, 두원 2종)에 대해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필터 사용 시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공기 중에 누출됐다고 밝혔다. 필터에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첨가되는 O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화학물질로, 환경부가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OIT가 함유된 모든 항균필터 제품에 대해 회수권고 조치를 내렸다. 실험 대상 6종을 포함해 공기청정기 항균필터 58종(위니아, 쿠쿠, LG, 삼성, 코웨이, 청호나이스, 프렉코)과 차량 에어컨 항균필터 3종(현대모비스, 두원)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제품들의 대다수를 제작한 3M은 이날 자진 수거 계획을 밝혔다. 회수 권고에 이어 회수 명령까지 거부하는 업체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안전성 검증 실험에서 공기청정기를 5일간 실험실에서 가동한 결과 항균필터에 당초 함유된 OIT의 양이 사용 후 25~46% 줄어 공기 중 방출된 것을 확인했다. 차량 에어컨의 경우 8시간 동안 가동하자 26~76%가 방출됐다. 실험과정에서 실내 공기 중 OIT가 미량 포집됐지만 이것이 얼마나 인체에 흡입되고 어떤 위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어 전문가들과 논의하기로 했다. 항균필터는 산업부가 관리하는 ‘전기용품’으로 분류돼 있어 필터 제작 시 OIT 함유량 기준만 있고 공기 중 누출 허용 한도 등에 대한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살생물제 전수조사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생활화학제품뿐만 아니라 일반 공산품으로 위해성 평가 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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