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선 한국 스포츠 팬들이 잊지 못할 ‘멈춰버린 1초’가 있었다.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한국 신아람(30·계룡시청)의 이야기다.
5-5 동점에서 1초만 버티면 연장 우선권을 가지고 있던 신아람이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세 차례나 멈췄다 재개되는 동안 1초가 흐르지 않는 희한한 장면이 펼쳐졌다. 야속하게도 상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자 그 길던 1초가 흘러버렸고 신아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 사건은 런던올림픽 대회 최악의 오심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Time Keeper)인 오메가는 20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오는 8월 6일(한국시간) 리우올림픽에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대회부터 변경되는 펜싱 규정에 발맞춰 새로운 타임키핑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남은 시간에 관계없이 초 단위로만 시간 계측이 이뤄졌으나 이번 리우올림픽에는 남은 경기 시간이 10초 미만일 경우 0.01초 단위까지 측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0.1초나 0.9초나 똑같이 1초로 표기 됐지만 리우에선 0.01초 단위까지 표기되는 타임키퍼가 경기장에 설치돼 오차를 줄인다는 설명이다.
또 주심의 경기 재개 구령을 듣고 별도의 기록원이 시간 진행 버튼을 누르던 런던올림픽 때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주심이 직접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해 오차의 여지를 더욱 줄였다. 오메가 측은 “100분의 1초 단위 측정이 가능한 설비와 480명의 전문가, 850명의 숙련된 자원봉사자들을 투입해 시간 관련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오메가는 이날 양궁과 육상, 골프 경기 등에 도입될 혁신 타임키핑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양궁 경기장에선 ‘육안 채점’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전 대회까지는 확대경을 이용해 육안으로만 점수를 판단했지만 이번 대회부턴 ‘빌트 인 스캔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과녁을 도입해 채점의 정확성을 높였다.
이 시스템은 화살이 과녁에 적중하면 두 개의 스캐너가 중심점으로부터 떨어진 화살의 가로와 세로 거리를 분석해 인간의 눈이 감지하지 못하는 0.2mm 이하의 차이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채점 결과도 1초 이내에 나와 선수들의 경기 흐름 방해도 줄인다.
육상에서는 스타팅 블록의 성능을 높여 부정 출발 단속 기능을 강화했다. 발판에 가해지는 선수의 힘의 정도를 초당 4천회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스타팅 블록에 집어넣었다.
결승선에 배치되는 포토 피니시 카메라의 성능도 강화했다.‘스캔 오(O) 비전 미리아’로 이름이 붙은 포토 피니시 카메라는 초당 10,000개의 디지털 이미지를 기록하는 최첨단 포착 장치를 활용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육상 100m 시간측정 이렇게 이뤄진다
상위 랭커들의 불참 선언으로 김이 샌 골프에선 최첨단 스코어보드가 보는 재미를 높일 전망이다. 지정된 4개 홀의 티 옆에 놓이게 될 스코어보드는 레이더 측정 시스템을 갖춰 선수가 샷을 날리는 순간 스윙 속도와 예상 거리, 타구의 높이 및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