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환(66)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이 고사 위기에 놓인 한국 복싱의 부활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읍소했다.
홍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 프로 복싱을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고사 상태에 빠진 프로 복싱에 대한 지원 없이는 한국 복싱의 미래는 없다”고 개탄했다. 홍 회장은 한국 복싱이 8월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56㎏급의 함상명(21ㆍ용인대)이 극적으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하면서 간신히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게 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요즘 아마추어 복싱 선수 중에서 프로가 되려는 선수가 없다. 지자체에서 4,000만원~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데 굳이 프로로 전향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국내에 안주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무너진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홍 회장은 프로 복싱의 활성화 없이는 한국 복싱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예산과 보조금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요즘에는 복싱 시합을 하려고 해도 장소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방송사에도 중계료를 받는 게 아니라 줘야 하는 처지다. 선수가 맞고 다쳐도 치료비마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프로 선수가 되려고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복싱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사라졌다. 아마추어가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프로라고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올림픽 메달보다 세계 챔피언이 더 국위를 선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대한복싱협회는 매년 10억 원 정도의 보조금을 수십 년간 받았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에 그쳤다”며 “프로 복싱에 이 정도의 지원을 해줬다면 세계 챔피언 2~3명은 벌써 만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생력이 생명인 프로 스포츠에 정부의 지원금을 요구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재진의 지적에는 “나도 그 말을 많이 들었다. ‘프로니까 못 도와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렇게 프로 복싱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그는 “프로 복싱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아마추어와 프로 복싱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정말로 어두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4전 5기’ 신화에 빛나는 전 세계 챔피언인 그는 2012년 선수 출신으로 처음 KBC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복싱계의 내분으로 2014년 KBC의 일부 직원이 한국권투연맹(KBF)을 새로 만들어 이탈하는 등 국내 프로 복싱 집행 기관은 4개로 갈라졌다. 홍 회장은 “정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언제든 통합이 가능하다”며 “또 이제는 복싱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분별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프로 단체와 아마추어 단체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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