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 주로 활동하는 소쩍새는 올빼미과에 속하는 맹금류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부엉이입니다. 크기가 어른 주먹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맹금류는 대체로 암컷이 더 무겁습니다. 소쩍새도 수컷이 65~75g, 암컷이 70~85g 정도입니다. 채 100g도 되지 않는 작은 맹금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4-6호랍니다.
우리에게는 시어머니 구박에 굶주려 죽은 며느리가 되었다는 전설 속의 새로 익숙합니다. 그래서 울음소리가‘솥 적다 솥 적다’라고 들려 소쩍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죠. 4월 초부터 일부 도심 공원에서도 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소쩍새는 딱다구리들이 뚫어놓은 구멍에 보통 3-4개의 알을 낳습니다. 활엽수 중 특히 참나무류를 선호합니다. 깃털색이 영락없이 굴참나무의 수피와 비슷하여 바로 앞에 두고 못 찾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전남이나 제주와 같은 따뜻한 남부지역에서는 겨울에도 간혹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여름철새로 꼽히지요. 그 이유는 바로 먹이와 몸의 특징 때문입니다. 소쩍새와 같은 야행성 맹금류들은 청각이 발달해 조용히 먹이에 가까이 다가가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날개와 깃털에 많은 ‘음소거’ 장치가 있어 무음비행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밤하늘을 조용히 날아다니는 소쩍새의 주 먹이는 나방이나 날벌레들입니다. 물론 작은 설치류나 양서 파충류 등도 잡아먹지만 주 먹이는 곤충이지요.
소쩍새는 발가락에 털이 없습니다. 여름철새인 솔부엉이도 마찬가지인데 도깨비 방망이와 같이 털이 그냥 듬성듬성 나 있을 뿐이죠. 따라서 겨울을 한국에서 보내면 동상 걸리기에 딱 좋습니다. 소쩍새는 9월이면 남중국과 대만 아래까지 날아갑니다. 반면 큰소쩍새로 통하는 올빼미는 겨울에 주로 나타나는데 발가락까지 털로 덮여 있습니다.
영명으로는 소쩍새를 Oriental scops owl, 학명은 Otus sunia 입니다. 오토스(Otus)는 매우 날카로운 청각(Keen of hearing)이라는 뜻입니다. 이 계열의 올빼미들은 청각이 특히 예민해 야간에 많은 수의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소쩍새는 곤충의 수와 크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6월이 넘어서야 번식을 시작하고 새끼들을 키웁니다.
사람들의 거주지 주변에서 더러 다친 소쩍새가 구조되는 일이 있는데, 건물 유리창이나 차량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리창은 시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야행성 맹금류들에게 치명적입니다. 푸르른 새벽 어스름이 낀 무렵 숲 근처 건물의 유리창은 소쩍새에게 매우 무서운 적이 됩니다.
유리창은 주변의 경관을 반사시켜 새로운 서식지가 있는 것처럼 신기루를 만들어내죠. 두꺼운 뼈라고 해봐야 4㎜를 채 넘지 못하는 소쩍새가 뼈라도 부러진 날이면 다시 날아오르기 힘듭니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칠 경우 눈도 다치고 심한 경우 목뼈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또 가로등이 켜진 도로 주변에 모여든 나방이나 다른 곤충을 먹으려고 다가 들다가 차량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쥐끈끈이도 문제입니다. 여기 붙은 나방을 먹으려다가 목숨을 잃는 소쩍새들이 있습니다. 다행히 떨치고 날아가도 깃털이 손상 당해 문제가 되죠.
유리창이나 차량, 쥐끈끈이는 야생동물을 다치게 하려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야생동물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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