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승인없이 건물 사용했다며
23일까지 폐쇄 시정명령 보내
경기 부천시 YMCA 녹색가게가 운영해온 교복은행이 19년 만에 문 닫을 상황에 처했다. 해마다 3,000점이 넘는 교복을 판매했던 교복 물려 입기 나눔 장터도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부천 YMCA 녹색가게는 1998년부터 매해 2월 교복 나눔 장터를 열어 기증 받은 교복을 판매해왔다. 교복 재킷과 셔츠, 조끼, 치마(바지), 타이 등 교복 한 벌을 2만1,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팔았고 저소득층에게는 무료로 제공했다. 판매하고 남은 교복은 원미ㆍ소사ㆍ오정구청에 있는 녹색가게 교복은행에서 팔았다. 해마다 평균 6,028점의 교복을 기증 받았고 3,262점을 판매했다. 판매 수익의 90%는 교복 기증자에게, 나머지 10%는 저소득층 학생 교복, 장학금 지원 등에 썼다.
하지만 녹색가게 교복은행은 일반 구청을 없앤 부천시 행정체계 개편 작업에 따라 4월 말 오정ㆍ소사구청 건물에서 쫓겨났다. 원미어울마당(옛 원미구청)의 39.4㎡ 크기 원미녹색가게만이 살아남았다.
오정ㆍ소사녹색가게는 5월이 돼서야 다시 문을 열었다. 부천교육지원청과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 협조를 받아 5월 16일부터 송내어울마당 5층 한 쪽에서 다시 운영을 시작한 것.
그러나 곧 위기가 찾아왔다. 부천시에서 6월 23일 송내동 청소년 문화의 집 측에 “6월 말까지 교복은행을 폐쇄하라”고 시정명령을 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복은행은 한달 가량 폐쇄가 연기됐으나 이달 23일 안으로는 문을 닫아야 한다.
녹색가게 관계자는 “교복은행은 조례에 근거해 부천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서민과 청소년들, 20년간 자비 들여 고생해온 자원봉사자들을 생각한다면 이럴 순 없다”고 말했다. 녹색가게 측은 19일 부천시의회 앞에서 시정명령 철회나 대안 공간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시 관계자는 “녹색가게가 시설을 위탁한 시의 승인 없이 갑자기 들어와 공간을 차지한 것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한 공간을 녹색가게와 청소년 문화의 집이 같이 쓰는 것은) 시설을 위탁 받은 법인은 독립된 회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성가족부 지침에도 어긋나는 일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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