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별로 “8,000억~1조6,000억 자금부족”
삼성중공업이 자구방안 이행 후에도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1조6,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회계법인의 경영진단 결과가 나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삼성중공업, 삼정KPMG는 1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은행(수출입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을 대상으로 ‘경영진단 결과 설명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달 8일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자구계획을 일단 수용하되 외부 회계법인의 경영진단을 실시해 추가 부족자금이 나타날 경우 유상증자 등으로 보완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산업은행은 삼정KPMG에 삼성중공업의 자구 방안 등에 대한 진단을 맡겼고 이날 설명회에서 그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삼정KPMG는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 방안에 대해 “유형자산 매각 등을 통해 약 5,0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총 1조5,000억원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삼성중공업이 부동산, 유가증권 등 비생산자산 매각을 통해 5,461억원,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9,090억원 등 총 1조4,551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체로 부합한다. 또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향후 수주 전망(올해와 내년에 각각 53억 달러, 2018년에 59억 달러)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삼정KPMG는 이런 자구방안이 아무런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 해도 시나리오 별로 8,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 삼정KPMG는 삼성중공업 나이지리아법인이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를 성공적으로 인도할 때 생길 추가자금(4,900억원)과 선박 조기인도 인센티브(1,800억원) 등을 감안하면 부족자금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대주주나 다른 계열사들이 조만간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안팎의 부족자금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하는 등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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