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골키퍼 김병지(46)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김병지는 19일 오후 페이스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된 시간들을 보내며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적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 현대 호랑이에서 데뷔한 후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등을 거쳐 지난 시즌까지 706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나고 전남과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더 이상 그라운드에 나설 수 없었고 결국 축구화를 벗었다.
다음은 김병지 페이스북 은퇴 글 전문.
그 동안 고마웠다. 시간을 거슬러 잠시 생각을 되짚어 본다.
이 순간 내 머릿속 파노라마들을 글로 풀어 내자니 그 길었던 시간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어찌 들려줄까..? 책이라도 쓸까? 연재를 해볼까? 싶다가, 근간 바쁜 일정 탓에 이도 저도 말고 그저 맘 가는 대로 몇 자 적어 내 뜻을 전해 본다.
나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머리에 가슴에 고스란히 기억 되어 있을 내가 있으니...내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라고... 생각 하며. 게다가 나의 세 아들 또한 골문 앞의 아빠를 기억해 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진정 행복한 선수였다... 팬들이 만들어 준 수식어 또한 여러가지! 그 만큼 관심 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재 내가 가져 가는 행복의 크기는 마음에 있는 것이라서 많이 깊고 크다. 이에 나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실력이란 하루 아침 연마할 수 없듯이 경기력 또한 쉽게 노쇄하지 않지만, 나는 이즈음에서 또 다른 출발을 위해 마음의 정리를 공표할 명분이 생겼다.
다만, 진심으로 미안한 것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인연들이 쉽지 않게 내민 손을 더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해를 만들 수도 있겠으나, 한 길 열심히 달려 왔으니 이 정도 외면이나 거절은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끔은 나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처럼 살고 플 때도 있고,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 된 시간들을 보내며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 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어쩌면! 이 순간 정작 내가 해야 할 말을 우회적인 표현 보다 콕 찔러 말해야 하는데
은퇴! 맞다! 이제 은퇴한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이다.
너무나 긴 시간 선수로 지내왔기에 익숙하지 않다. 그 간 여기저기 많은 분들께 수도 없이 받아 왔던 질문에 대해 이렇게 일단락 지어 본다.
듣고 싶었던 답이였을지, 아쉬움을 주는 답이였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내 소신대로 간다
이미 마음에서의 은퇴는 2008년 허리수술을 하면서부터였다.
수술을 집도하신 선생님께서 이미 내 아내에게 선수로서의 포기와 마음의 정리를 시켰고, 사실을 감추지 못한 아내는 재활에 안간힘을 쓰던 내게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좌절을 좌절로 받아 들이지 않고 종전 보다 더 의지와 체력을 다지니 또 다시 열렸던 선수의 길.
그렇다!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이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넘지 못할 것이 없음을 또 다시 깨닫게 되고,
덤으로 온 지금 나는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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