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에게 혈당강하제로 투여하는 DPP-4억제제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DPP-4억제제는 국내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자누비아(한국MSD)와 트라젠타(베링거인겔하임ㆍ릴리) 등 9개 제품이 팔리고 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사람 세포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DPP-4억제제가 대조군보다 망막혈관병증을 유의하게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DPP-4억제제는 혈당을 낮추는 인크레틴의 분해를 억제해 인크레틴 혈중 농도를 늘려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병 약이다. 그런데 DPP-4억제제는 SDF-1α의 분해도 억제해 조직ㆍ혈중 농도를 늘린다. SDF-1α는 염증, 저산소자극에 의해 많은 세포에서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으로, 혈관투과성과 신생혈관생성을 늘리는 물질이다.
따라서 DPP-4억제제 투약으로 망막조직세포에서 분비하는 SDF-1α의 분해가 억제돼 누적되면 망막혈관 투과성이 올라가고 신생 혈관이 만들어져 망막혈관병이 악화한다는 것을 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 교수팀은 혈관내피세포를 이용한 면역형광염색에서 DPP-4억제제가 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를 느슨하게 해 혈관내피세포의 투과성이 늘어나는 것을 규명했다.
또 쥐를 이용한 망막혈관실험에서 DPP-4억제제를 투약 받은 쥐는 위약(플라시보)을 투약 받은 쥐보다 망막 혈관의 누수ㆍ누혈 현상이 3배나 늘었고, 신생혈관 생성이 현저히 증가했다. 특히, 당뇨병을 일으킨 쥐 모델에서는 망막병증이 1.5배 증가했다.
대규모 국제 임상연구에서도 DPP-4억제제를 먹은 환자들은 심부전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현저히 늘었다. 심부전 악화는 폐부종을 동반하는데, 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DPP-4억제제가 폐혈관 투과성을 늘려 폐부종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심부전 증세를 초래한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DPP-4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충분하기에 이 약을 복용할 때는 망막병증 추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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