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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의 술 배달 합법화, 청소년‘치맥’문화 정착에 기여?

입력
2016.07.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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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의 술 배달 합법화 등으로 인해 청소년 음주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식점의 술 배달 합법화 등으로 인해 청소년 음주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게티이미지뱅크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치킨과 맥주를 배달했지만….” 배달대행업체 기사인 A(45)씨는 마음이 편치 않다. 청소년들이 치킨과 함께 소주, 맥주 등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만 있다고 주문 음식을 다시 가져갈 수도 없어 난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 “아는 형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데 술과 담배를 사러 가자.” 중학교 3학년생인 P군은 선배나 친구가 편의점에서 알바할 때 한꺼번에 담배와 술을 산다. 오늘은 친구 생일이라 술을 넉넉히 샀다.

청소년이 술 주문하고 배달도 해

청소년 음주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음식점의 술 배달을 합법화하고, 배달서비스 업체가 늘면서 청소년들이 술을 쉽게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술 배달을 합법화한 국세청 조치로 “청소년들을 보호할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이복근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청소년 음주는 성인처럼 습관적이기 보다 생일파티 등 이벤트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가정에서 마음 놓고 술 마실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만 16세 이상이면 원동기 면허취득이 가능해 청소년이 술을 시키면 다른 청소년이 술을 배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배달업체와 판매업체의 책임관계가 모호하고 신분증 확인이 불가능해 배달을 통해 술을 사는 청소년이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은 “청소년들도 ‘치맥’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면서 “중국음식점 등에서도 도수 높은 고량주나 소주를 주문 배달하는 것도 가능한데 술을 주문하는 사람이나 마시는 사람이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청소년들은 친구나 선배 등이 편의점에서 일할 때 주로 술을 구매한다.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에는 청소년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현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기 마음대로 술을 살 수 있는 가게를 ‘뚫린 방’이라고 부르는데 뚫린 방이 어디인지를 청소년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일부 청소년들이 친구나 선배가 일하는 편의점이나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주로 술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청소년들이 친구나 선배가 일하는 편의점이나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주로 술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위조 신분증 거래도… TV 술 광고시간 재조정해야

일부 편의점이 ‘뚫린 방’으로 전락한 것은 위조 신분증 때문이다. 위조 신분증이 버젓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위조 신분증으로 술 한 번 사려면 3,000원, 위조 신분증 자체는 3만원이면 구매 가능하다. 이 사무총장은 “친구들끼리 길거리 등에서 수집한 신분증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위조 신분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까닭은 신분증 얼굴 사진을 긁어 훼손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 업주는 “물건을 사려는 이가 줄 서 있는데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며 “성인 신분증을 보여주는 데 이를 의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청소년 음주를 조장하는 술 광고 시간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상파 TV와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류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이 학원에서 귀가하는 시간이 밤 10시 이후이고, 특히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은 거의 밤 10시 이후 방송된다. 사실상 미성년자들이 주류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가 서울시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주류광고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88.8%가 주류광고를 접했다고 답했다. 주류광고를 접한 청소년의 10.5%는 주류구매 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청소년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술 광고모델로 나오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했다. 그는 “주류회사들은 술에 중독된 충성도 높은 성인보다 향후 술을 구매할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연예인들을 동원해 치밀한 광고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소년 음주문제는 개인과 가정이 아닌 사회ㆍ국가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김 센터장은 “청소년이 맥주 한 잔을 마셨다고 당장 문제되지 않지만 술 마실 기회가 늘면 살인 성폭행 방화 폭행 절도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기 쉬워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청소년 술 광고 접촉 조사]

-청소년 술 광고 접촉 경험

-청소년 술 광고 노출 정도

-가장 많이 본 술 광고는?

-술 광고를 가장 많이 접하는 곳

-술 광고로 인한 술 구매 충동여부

<자료: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서울시 거주 청소년 2,000명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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