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ㆍ방통위 심사 무의미해져
공정위 결정 뒤집힐 가능성도 적어
내부선 행정소송 회의적 분위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18일 망연자실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M&A) 불허로 후속 절차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 자체도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이라는 강수를 꺼내는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익이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날 공정위의 M&A 불허 발표가 나오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겉으로는 “공정위 심의 결과를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 놨다. 양사는 그러나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 했는데 불허 결정을 받아 매우 유감”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국경 없는 경쟁’ 에서 국내 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만큼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향후 계획으로 실망감을 애써 억눌렀다. M&A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난해 12월부터 무려 7개월에 걸친 장기간 심사로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은 CJ헬로비전 측도 “투자 정체, 영업 위축 등으로 성장성이 위협받는 처지”라며 “위축된 기업 문화를 회복하고 경영정상화에 집중하면서 우선 내부 안정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절차상으로는 공정위 결정에 이어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거친 미래부가 최종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기업이 M&A를 하려면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 방송법 등에서 모두 최소 조건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주식 취득 및 합병을 원천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만큼 후속 절차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미래부 관계자 역시 “공정위 법에 따른 기업 결합이 불가능해진 만큼 미래부 절차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전례가 없어 후속조치는 내부 검토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론은 M&A 불허로 정해져 있지만 심사는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M&A 무산 시 손해배상 등 책임을 가려야 하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미래부 측에 심사를 요청, 성실 의무 이행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할 수도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게 남은 카드는 행정소송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린 국내 기업결함 심사 사례는 총 8건이다. 이중 해당 기업이 행정소송을 진행한 경우는 ▦동양제철화학과 콜럼비안케미컬즈컴퍼니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제조 ▦무학과 대선주조 등 3건이다. 그러나 모두 공정위가 승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허 사례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면밀한 검토 후 나온 결정이었다”며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역시 200여일에 걸쳐 심사를 한 만큼 소송에서 공정위의 불허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조건부 승인도 아닌 불허에 대한 행정소송이 과연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불허 결정으로 사실상 유료방송시장 내 M&A를 통한 출구 전략은 막힌 꼴이어서 케이블TV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케이블업계는 지속적인 가입자 감소와 이동통신사의 결합상품 등에 밀려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당장 매물로 나와 있는 3위 업체 딜라이브의 향방도 안개 속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M&A를 통한 자구노력도 차단시킨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 위기 극복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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