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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신정일치 이란 전철 밟을까

입력
2016.07.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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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이슬람 혁명 전망 나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 이스탄불에서 거행된 쿠데타 희생자 장례식에 참여해 눈물을 닦고 있다. 이스탄불=UPI연합뉴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 이스탄불에서 거행된 쿠데타 희생자 장례식에 참여해 눈물을 닦고 있다. 이스탄불=UPI연합뉴스

세속주의를 앞세운 군부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터키가 머지않아 급격한 종교화의 물결에 휩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더불어 쿠데타 세력을 단기간에 제압하면서 통치기반을 굳건히 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맞이했던 이란과 유사한 수순을 밟아 정치와 종교를 모두 아우르는 ‘이슬람 지도자’에 등극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세속주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엄격한 신정일치 체제로 전환했던 이란의 혁명 루트를 터키가 그대로 답습할 것이란 예측이다.

소네르 차압타이 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터키가 1979년 이란혁명의 상황을 맞이하다(Turkey Faces Its Iran 1979 Movement)’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이슬람 국가로 선회할 조짐을 보였던 터키가 쿠데타 시도를 겪은 후 빠르게 혁명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차압타이 연구원은 집권 이후 터키의 건국이념인 세속주의에 맞서면서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권장하고 알코올 소비를 억제하는 식의 종교화에 힘을 기울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세속주의 군부를 쿠데타 이후 척결하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됐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그는 기고문에서 “15일 쿠데타 발발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지자들은 일반적인 집권자 지지세력이 아닌 터키의 종교화를 원하는 신실한 이슬람교도들이며 일부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들도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차압타이 연구원의 전망은 쿠데타 진압 이후 대통령 중심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면서 바야흐로 독재의 발판을 완성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점차 득세하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을 앞세워 1979년 이란혁명과 비슷한 이슬람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터키인 27%가 이슬람국가(IS)에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혁명에는 성나고 흥분한 소수가 필요한 만큼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들 세력을 혁명의 동력으로 앞세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실제 혁명에 착수할 경우 서구와 멀어질 수밖에 없어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자격을 잃거나 경제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쉽게 이란의 1979년 선택을 따를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차압타이 연구원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이슬람혁명을 감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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