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종에 호흡 어려운 10세
전북대병원서 서울로 이송 결정
헬기 왔지만 도착 10~20분 늦고
기기 작동불능마저 뒤늦게 파악
“이송 전 의료진 산소에도 문제”
중앙119구조본, 의료진 책임론 제기
폐부종을 앓던 10세 여아가 응급이송과정에서 병원과 119소방헬기의 산소 공급 이상으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아이의 부모는 중앙119구조본부와 병원 측의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전북도에 따르면 응급상황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이동하려던 초등학교 3학년 A(10)양이 의료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사연이 지난 12일 도청 게시판에 올라왔다.
군산에 거주하는 A양은 지난 2일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 전북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A양은 폐부종이 심각한 상태였고 맹장 소견까지 발견됐다. A양의 어머니 고모씨는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아이를 옮기기로 결정했고, 담당의사는 7일 오전 소방본부에 헬기를 요청했다.
A양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때만해도 부모와 눈도 마주치고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병원 의료진은 산소통이 장착된 이동식 침대에 A양을 눕혀 병원 옥상 헬기장으로 옮겼다.
그러나 헬기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10~20분 늦게 도착했고, 이동식 침대에 달린 산소통의 산소는 바닥이 났다. 폐부종이 심해 자가 호흡이 약했던 A양은 산소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상태가 악화했고, 의료진은 급하게 수동식 산소 공급기로 산소를 공급하며 소방헬기로 환자를 옮겼다.
하지만 소방헬기에 있는 산소공급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후송이 10여분 더 지체됐다. 게다가 수동식 산소공급기의 산소 공급마저 끊기자 A양은 사지를 비틀고 발작을 했다. 당황한 의료진은 A양을 응급실로 다시 옮겼지만 한 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럼에도 고씨는 딸 A양을 헬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액의 응급처치 비용까지 지불해야 했고, 이튿날에야 구급차를 이용해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사고 당일 A양을 이송하려 했던 헬기는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로 전북소방본부의 요청으로 경기 남양주에서 지원을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소방본부 헬기는 점검을 위해 경기 김포의 정비업체에 입고된 상태였다.
구조본부는 “산소공급기의 연결 부위 결함으로 산소 공급이 10분 가량 지체됐으나 곧바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치의에게 통보했다”며 “소방헬기의 문제도 있지만 헬기 이송 전에 산소가 떨어졌던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진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차트를 확인한 결과 당시 이동식 침대에 달린 산소통에는 산소가 충분했고 다만 환자의 산소 소화율이 떨어져 수동식 산소호흡기를 병행해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측이 상대방 잘못으로 떠넘기는 상태에서 구조본부는 자체 감찰 조사를 벌이고 의료장비 점검을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방안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A양은 현재 어머니를 알아보는 등 의식은 있으나 의사 소통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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