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기획사에서 만든 콘셉트로 활동하기 싫었어요.”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인근 커피숍. 17일 발매될 새 앨범 ‘웨어스 더 트루스’ 인터뷰 차 만난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가 한 말이다. FT아일랜드는 인터뷰에 앞서 새 앨범 타이틀곡 ‘테이크 미 나우’를 처음으로 들려줬는데, 곡은 기타 연주와 드럼 비트가 강렬한 하드 록(Hard-rock)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씨엔블루 등 대형 아이돌 기획사 소속 밴드나 올해 밴드 포맷으로 변화를 준 걸그룹 원더걸스가 대중성을 위해 록을 팝 음악이나 레게 스타일로 버무려 친근함을 준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데뷔곡인 ‘사랑앓이’(2007)를 비롯해 ‘사랑후애’(2008), ‘바래’(2009) 등 록 발라드 장르의 곡으로 인기를 누린 FT아일랜드는 새 앨범에서 대중성보다 록 음악을 하는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더 고민했다. 이홍기는 “그 동안 낸 음악은 멤버 다섯 명이 원하는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었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은 센 록 음악이었고, 회사를 수 년 동안 설득해 우리의 뜻대로 앨범을 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신곡이 음원 차트 100위 안에도 못 들 것 같다”는 FT아일랜드 멤버들의 얼굴에는 걱정 대신 웃음이 가득했다. 대형기획사 아이돌 밴드의 이단아를 자처한 다섯 사내의 호기는 이어졌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 음악 방송에서 ‘샤방샤방’하게 춤 추며 노래하는 데, 저희는 센 록 음악을 하면서 무대에서 뛰어 놀면 멋있을 것 같지 않나요? 하하하.”
2007년 데뷔한 FT아일랜드는 국내 가요계 ‘1세대 아이돌 밴드’ 나 다름 없다. 1999년 남성 3인조 그룹 Y2K가 기타와 베이스를 메고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드러머까지 갖춘 온전한 밴드 포맷으로 기획사가 내놓은 아이돌 밴드는 FT아일랜드가 처음이었다. 첫 시도였던 만큼 고충도 많았다. 데뷔 시절 FT아일랜드의 가장 큰 일은 ‘악기 연주는 할 줄 아냐’는 주위의 비웃음을 견뎌내는 것이었다. 지상파 음악순위프로그램에선 시스템 문제로 라이브 연주를 보여줄 수 없어 데뷔 때부터 방송에서 핸드싱크(음원을 틀어놓고 악기를 연주하는 척하는 것)를 해 그들을 향한 ‘가짜 밴드’라는 편견은 더욱 깊어졌다.
FT아일랜드의 드러머인 최민환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앨범 녹음을 시작했고, 그 전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왔는데 정작 방송에선 드럼 연주를 보여줄 기회가 없어 속상해 집에서 혼자 운 적도 있다”고 옛 얘기를 꺼냈다. 이홍기도 “밴드를 한다고 주위에서 욕이란 욕은 다 들은 것 같다”며 말을 보탰다.
“중간에 때려 치려고 한 적도 수십 번이죠. 내가 왜 이런 욕을 먹으면서 음악을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욕을 먹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어떻게든 아이돌 밴드가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10년을 버텼네요.”
FT아일랜드는 활동하며 겪은 음악적 고민을 새 앨범에 녹였다. 앨범 제목을 ‘진실은 어디에 있나’란 뜻의 ‘웨어스 더 트루스’로 정한 이유다. 이들이 10년 동안 활동하며 얻은 결론은 남 신경 쓰지 말고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이다. 이홍기는 이런 의지를 자신의 몸에 새기고 다닌다. 인터뷰를 끝내고 이홍기와 따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의 왼쪽 팔목에 오디오 재생을 뜻하는 문양의 문신이 눈에 띄었다. 재생과 빨리 감기 문양은 있는데, 정지 문양은 없는 게 특이했다.
“일부러 정지 문양을 뺐어요. 쉼 없이 음악을 하잔 뜻에서요. 오른 팔엔 밴드 다섯 멤버들을 별로 표현한 문신을 했어요. 이 문신처럼 FT아일랜드도 다섯이 함께 반짝이며 계속 음악을 하려고요, 하하하.”(이홍기)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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