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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욕설에 아수라장… 학생들도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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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욕설에 아수라장… 학생들도 성토

입력
2016.07.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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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설명 못드려 죄송”발언 동시

계란·물병 소나기… 설명회 파행

대형 트랙터에 막혀 장시간 ‘감금’

경찰차로 간신히 현장 빠져나와

주민들“대통령 나서라”농성 지속

성주군민들이 대형 농업용 트랙터로 성주군청 후문을 차단하는 바람에 귀경길에 오른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왼쪽 아래)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성주군민들이 대형 농업용 트랙터로 성주군청 후문을 차단하는 바람에 귀경길에 오른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왼쪽 아래)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 현관에서 황교안 총리 경호원과 경찰관들이 성난 주민들이 던지는 물병과 계란을 방탄복과 손바닥 등으로 막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 현관에서 황교안 총리 경호원과 경찰관들이 성난 주민들이 던지는 물병과 계란을 방탄복과 손바닥 등으로 막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600여 명의 성주군민들이 15일 오전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사드 성주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600여 명의 성주군민들이 15일 오전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사드 성주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성주 배치에 반발한 경북 성주군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의 성주 방문 소식이 14일 밤 늦게 알려진 가운데 군민들은 15일 오전 9시부터 군청 주위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오전 10시까지 600명이 넘는 주민이 모였고, 이중에는 중고생 400여명도 포함돼 있었다. 학부모들이 한때 학생들의 등교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초등학생 118명, 중고생 674명 등 800여명 가까운 학생들이 일부 수업에 참가하지 못하는 등 학사 일정이 파행을 빚었다.

한 고교생은 “학교에서 조퇴를 인정해 주지 않아 몰래 나왔다”며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가만히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낮 12시30분 집회가 끝나자 학교로 되돌아갔지만 등교 거부 학생도 20여명이나 나왔다. 일부 학부모들은 22일 방학식 때까지 등교를 거부할 예정이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주민 5명이 삭발을 단행하는 등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할 때까지 릴레이 삭발도 이어 갈 예정이다.

30년째 참외 농사를 하고 있는 여모(67ㆍ성주읍 성산리)씨는 “1만㎡ 비닐하우스에서 연간 1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면 전자파 영향으로 더 이상 참외농사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성산읍 성산리 성산포대를 둘러본 뒤 미니버스로 오전 11시쯤 군청에 도착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차에서 내려 현관 위로 오르는 동안에 주민들이 던진 계란이 황 총리의 양복 윗도리에 맞았다. 현직 총리가 봉변을 당한 것은 1991년 6월 대학생 분신 정국 당시 정원식 총리서리가 한국외대 학생들에게 밀가루, 계란 세례를 받은 이후 25년 만이다.

계란 범벅이 된 상태에서 황 총리는 “사드 배치를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지만 이내 물병과 계란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경호원들과 경비경찰은 우산과 옷가지, 방탄복에다 휴대전화까지 꺼내 막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조희현 경북경찰청장이 물병에 맞아 왼쪽 이마가 3㎝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또 일부 취재진과 경찰도 물병에 얼굴과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황 총리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항곤 성주군수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한마디 상의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이런 엄청난 결정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황상태에 빠진 군민의 마음을 헤아려 사드 배치 결정을 당장 철회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3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던 김 군수는 결국 이날 성주보건소에 실려가 링거를 맞고 온 뒤 단식을 중단했다.

설명회는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을 즈음 물병 세례는 더욱 거세졌고, 결국 총리 일행은 청사 내부를 통해 건물 뒤에 대기시켜 둔 미니버스에 탔다가 6시간 넘게 갇혔다. 주민들은 농업용 대형 트랙터 3대를 동원, 청사 후문을 차단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주민대표 등이 나서 황 총리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주민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며 농성 해제를 거부했다. 또 총리 일행에게 “박근혜(대통령)한테 전화해서 (사드 성주 배치를) 포기할까 물어봐라. 지금 (대통령이 있는) 몽골에 전화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버스를 잡고 마구 흔들기도 했다.

‘감금’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40분쯤 황 총리 일행은 경찰이 연막탄을 터뜨리는 틈을 타

승용차로 옮겨 탔으나, 이를 눈치챈 주민들에 의해 다시 포위됐다가 오후 6시30분쯤 경찰차에 몸을 싣고 현장을 빠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황 총리는 수첩을, 한민구 국방장관은 양복 윗도리를 주민들에게 뺏기기도 했다.

한편 주민들은 이날 오후 8시부터 군청앞마당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사드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성주=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성주지역 도, 군의원 등 5명이 군청 현관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성주지역 도, 군의원 등 5명이 군청 현관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한복 차림의 성주 주민들이 군청 주자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한복 차림의 성주 주민들이 군청 주자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kjh@hankookilbo.com

사드 성주 배치에 반발한 성주군민들이 15일 주민설명회를 위해 성주군청에 온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를 가로막고 농성을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사드 성주 배치에 반발한 성주군민들이 15일 주민설명회를 위해 성주군청에 온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를 가로막고 농성을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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