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드라마ㆍ예능 콘텐츠 전문 제작사 설립에 나서자 외주제작사들이 강력 반발에 나섰다. 상생을 모색해야 할 공영방송이 외주제작사들의 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외주 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벌이에 혈안이 돼 공영방송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며 KBS의 드라마ㆍ예능 콘텐츠 전문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 설립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는 한류 콘텐츠를 직접 기획 및 제작해 ‘제2의 태양의 후예’를 만든다는 목표로 몬스터 유니온을 내달 출범시킨다.
외주제작사들은 몬스터 유니온이 협소한 외주제작 시장을 전멸시키고 나아가 방송영상산업 생태계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초 방송법 개정으로 방송사의 외주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설 비율은 기존 40%에도 35%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특수관계자 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 제한 조항까지 삭제되면서 방송사들은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가능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KBS가 민영방송과 다를 바 없는 길을 걷는 이상 국민의 수신료도 포기해야 한다”는 격렬한 비판도 나왔다.
안인배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장은 “국내에 드라마와 예능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사가 130여 개”라며 “KBS가 자회사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겠다고 하면 안 그래도 손바닥만한 (외주제작사의)설 자리는 아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토로했다.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장도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면서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에만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것이 KBS의 발상”이라며 “최근 교양프로그램이 더 축소된 상황에서 공영성을 더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든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로부터 저작권과 수익을 정당하게 배분 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협회장은 “영국은 제작사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법 개정을 통해 다수의 거대 제작사들이 성장할 수 있었고 미국과 함께 세계 방송산업 규모 1~2위를 다투게 됐다”며 “저작권을 100% 독점하는 방송사의 불공정 관행으로 국내 제작사는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해 늘 도산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져야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질 좋은 후속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직간접 경제효과가 1조원에 육박 하다고 알려진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경우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 후 제작사가 저작권을 KBS와 공동 소유한 덕분에 해외에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몬스터 유니온이 외주제작사의 설 자리를 뺏는다는 주장에 대해 KBS 관계자는 “유능한 제작 인력이 중국으로 대량 유출되고 해외자본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현 상황에서 몬스터 유니온을 통해 외주제작사와의 공동제작 등 다양한 상생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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