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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아니라 과학… 진화론 쉽게 다가가기

입력
2016.07.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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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리처드 도킨스 지음ㆍ김정은 옮김

옥당 발행ㆍ472쪽ㆍ2만2,000원

양자역학은 과학자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반(反)직관적이기로 악명 높다. 양자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닐스 보어는 “이 이론을 접하고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라 했고, 리처드 파인만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이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반면 진화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충은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기 쉽다. 진화론이 무척 직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길어야 100년 정도 살고 1년 단위로 나이를 센다. 반면 쥐라기, 백악기 같은 지질학적 시대는 끝 단위가 최소 100만년이다.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이고 생명의 출현은 무려 41억년 전이다. 이 기나긴 시간을 그냥 ‘쓱’ 이해한다면, 그것은 닐스 보어의 말대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론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넘어서 진화 과학을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이름이다. 동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이며 대중과학 저술가이기도 한 그는 40년 전인 1976년, 불과 35세의 나이로 ‘이기적 유전자’를 써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그 후로도 매 10년 주기로 굵직굵직한 저작을 발표해 세계적인 지성으로 우뚝 섰다. 1986년 ‘눈먼 시계공’, 1996년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2006년 ‘만들어진 신’ 이 외에도 ‘확장된 표현형’ ‘에덴 밖의 강’ ‘조상 이야기’ ‘지상최대의 쇼’ ‘무지개를 풀며’ 등 수많은 책을 썼다. 그가 쓴 거의 모든 책이 번역됐는데, 이번에 출간된 ‘진화론 강의’는 이제서야 나왔으니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 책은 영국왕립학회의 유명한 대중 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 내용을 보강해 내놓은 진화론 해설서로 분자생물학적 기초가 필요한 ‘이기적 유전자’에 비해 이해하기 쉽다. 오히려 그 책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론 반대자들은 동물의 눈이나 복잡한 신체기관 등을 볼 때 생명체가 (설계에 의하지 않고)진화에 의해 저절로 생겨났을 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불가능에 가까운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적 설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들의 주장을 수십억 미터의 높이로 깎아지른 벼랑을 단번에 뛰어오르려는 탐험가에 빗댄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절벽 뒤편에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보여준다. 원시 지구의 바닷속 단순한 유기 화합물에서 발생한 최초 복제자는 수십억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완만한 이 길을 따라 올라갔고, 그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종의 다양성은 물론 ‘불가능한 복잡성’이란 산들을 정복했다는 것이다. 그는 거미집, 날개, 눈, 대칭, 식물과 곤충의 공생 등에 내재한 진화의 원리를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전개한다.

그의 설명은 쉽고 구체적이며 다양하고 정교하다. 창조론자들의 반론에 대해 집요하게 논박하다 보니 때론 장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명심하라. 진화론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해 체계를 세워 공부해야 할 이론이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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