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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프리미엄을 위해

입력
2016.07.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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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추진되던 20여 년 동안 동네 집주인들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마지막엔 누가 주인인지 모르는 집들이 대부분이고, 그 집들은 하나같이 비어 있다. 얼마 전 법정을 통해서도 재개발의 꿈을 접어야 했던 집주인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걸어서 광화문 일대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교통이 편리한 이곳에서, 재개발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었을 때 매매되던 수준에서 집값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런 의문 속에서 나는 하나 둘 나타나는 집주인들을 바라보곤 한다. 그들 중 가장 젊은 남성은 4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어머니를 위해 30평 규모의 한옥을 샀다고 했다. 어머니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 성장기의 친구들과 모여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는 것. 살기가 괜찮은지 그의 어머니 친구들이 모두 이 동네에다 집을 한 채씩 사놓고 재개발을 기다렸단다. 뒤늦게 집을 보기 위해 오는 집주인들은 자신의 집에 관해 아는 것이 그다지 없다. 한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오히려 세입자들이 그들의 집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어떤 집 뒤꼍에는 샘이 솟고, 어떤 집은 너럭바위 위에 있어 수세식 화장실을 지을 수 없고, 어떤 집의 절반은 불법 건축이고, 어떤 집은 국유지를 먹고 있다는 식으로. 새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집의 단점을 숨기며 부가가치를 올릴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의 마음이 자루 속에서 돈을 세는 손처럼 보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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