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ㆍ무대책ㆍ무능력 ‘3無’
국방장관 환경영향평가 갈팡질팡
환경ㆍ복지부 불똥 튈까 회피 일관
경제 수장들은 中 보복 우려에도
“몇 가지 대비 플랜 있다” 답변만
안보논리 우선 국민안전은 뒷전
사드 배치 과정 ‘국정 마비’ 평가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과정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국정운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안보 우선 논리에 국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경제 수장은 주변국의 경제 보복조치 우려에 낙관주의 태도만 고수하고 있다. 중심을 잡고 사태를 조율해야 할 국무총리마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무책임ㆍ무대책ㆍ무능’ 등 3무(無) 국정운영이 국민들의 불신과 공포를 도리어 키우며 ‘사드 참사’를 불러 왔다는 지적이다.
사드 배치 결정 전후로 박근혜 정부 참모들이 국회에 출석해 내놓은 답변들을 종합해보면, “국정이 마비됐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먼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이전부터 크게 번지고 있었지만, 국민 안전 문제에 대해 총대를 메고 챙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도리어 뒤늦게 논란이 되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당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부터 별도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부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경북 성주 포대가 기존에도 미사일 기지로 사용돼왔던 만큼 추가로 실시할 필요가 없다”거나 “미국의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비켜갔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에 나설 뜻이 없으면서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뜸을 들인 것이다.
이렇게 국방부가 손을 놓고 있는 와중에 다른 장관들은 혹시나 불똥이 튈까 뒤로 숨기 바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미군이 괌에 사드를 배치하기 이전에 환경영향평가를 1년 이상 진행한 것을 아느냐는 의원 질의에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국방부로부터 전달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의원들이 전자파 유해성을 검토했는지를 묻자 “아직 정식으로 연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소관 문제를 왜 우리한테 따지냐’는 태도였다. 이처럼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관할의 차이다”고 해명한 데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러나 이는 사드 배치 논의 과정에서 국민 안전 문제는 최우선으로 두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민구 장관은 유해성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사드 배치 이전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즉흥적 발언 성격이 짙었다.
경제 분야 수장들의 대책 없는 ‘낙관론’ 역시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사드 배치로 중국이 경제적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지적에 “예단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유 부총리는 “몇 가지 경우에 대비해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기본적으로 “큰 보복성 조치는 있지 않을 것이다”고 밝혀, 상황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내부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황 총리는 사드를 추가적으로 배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냐”면서 “우선 1개가 배치된 것인데, 운용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간 “추가 배치는 없다”고 못 박아온 국방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발언이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14일 “북핵 위협의 철저한 대응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지만, 정부의 밀실, 졸속 결정에 들끓는 비판 여론을 외면한 가벼운 처신이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안보 무능 정권의 종합판이다”고 일갈했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내각 전면 교체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한편 여야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미흡하다고 판단, 19, 20일 국회 본회의를 개최해 관련 국무위원을 한데 불러 사드에 관해 종합적으로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