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으로
법정관리 ‘에버테크’ 회생의 불씨
공장자동화 설비 생산업체인 에버테크노㈜는 2010년만 해도 연 매출 2,000억원대의 ‘잘 나가는’ 코스닥 상장기업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수주 급감과 신사업 투자 실패로 은행 채무 등을 제 때 갚지 못하면서 결국 작년 1월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작년 10월 SK하이닉스와의 계약으로 회생의 불씨를 되살리는 듯 했지만 올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196억원대 담보 차입금이 또 발목을 잡았다. 처분 가능한 자산은 공장뿐인데, 공장을 잃으면 생산 기반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존폐 기로에 섰던 에버테크노가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산매입 후 임대 프로그램’(일명 세일 앤 리스백)의 도움으로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게 됐다. 14일 캠코는 에버테크노의 충남 아산시 공장과 부지를 183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캠코가 법정관리 기업에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적용한 건 처음이다. 183억원은 우선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되며 앞으로 에버테크노는 매달 캠코에 임대료 6,000만원을 내고 공장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 급한 불을 끈 에버테크노는 5년 뒤 공장을 다시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
지난해 1월 금융당국과 캠코가 도입한 세일 앤 리스백은 이처럼 회생 가능성은 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게 유용한 재무개선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세일 앤 리스백은 유동성 압박을 받는 기업의 자산(부동산)을 캠코가 매입(세일)한 후 재임대(리스백)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5년 후 해당 기업이 자산을 다시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주고 ▦임대료가 시중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캠코는 세일 앤 리스백 도입 이후 작년에만 5개 기업의 자산(공장 3곳, 사옥 2곳)을 매입했다.
다만 재무 위기를 겪는다고 해서 모든 기업의 자산을 매입하는 건 아니다. 신기현 캠코 자산인수기획부 팀장은 “회생 가능성이 있고, 전후방 효과가 큰 기업 위주로 선정한다”면서 “자산 매입으로 한계 기업을 연명시키는 건 오히려 구조조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적용 기업을 선정하면 해당 기업과 캠코가 각각 감정평가 법인을 선정해 이들이 평가한 자산가치의 평균 값(1차 가격)을 낸다. 이어 캠코가 선임한 회계법인이 내는 자산가치 평가에서 나온 값과, 1차 가격의 평균 값을 다시 구하고, 마지막으로 캠코 자산인수심의위원회가 내부 조율을 거쳐 최종 매입 가격을 결정한다. 임대료는 시중보다 다소 저렴하게 책정된다. 신기현 팀장은 “시중에선 연간 임대료가 매입 금액의 6~7% 정도이지만, 기업 회생 지원을 위해 에버테크노에는 그보다 낮은 4%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캠코는 올해 1,500억원 한도로 세일 앤 리스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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