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찰, 혼성 2인1조 운영 등 발표
남성 경찰관 가능한 남학교 배치
이성학생 면담할 땐 담당자 동석
“역할 재정립해 비위 가능성 차단”
2. “여전히 미흡… 장기 대안 미지수”
개인 일탈 걸러낼 장치 포함 안돼
인성검증 등 선발 프로그램 미비
“관리ㆍ감독 시스템이 조화 이뤄야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의 미성년자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개선 대책을 내놨다. 제도 전반을 손질해 비위 행위를 차단하는 장치를 여럿 마련했지만 SPO의 임무를 표준화하는 등 근본적 해결책은 빠져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14일 SPO의 역할을 학교폭력 대응 및 청소년 범죄 예방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SPO 운영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이번 성추문 사건을 유발한 SPO와 학생들의 접촉면을 최대한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SPO는 학생 상담보다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면담 수준으로 역할이 제한된다. 부득이 상담이 필요할 경우에는 전문 상담기관을 연결해 주도록 했다. 대신 SPO의 도입 목적인 학교폭력 사후 처리 및 청소년 범죄 사전 차단 등으로 기능을 재정립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2년 도입한 SPO제도를 정착시키는데 치중하다 보니 업무영역이 불확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폭력 예방 등 SPO 본연의 역할을 부각해 순기능을 살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위해 SPO를 혼성으로 이뤄진 2인1조(정ㆍ부 담당제)로 운영하고, 가능한 한 남학교에는 남성 경찰관을 여학교에는 여성 경찰관을 배치키로 했다. 이성학생을 면담해야 할 경우 정ㆍ부 담당자가 동석하는 방안도 의무화했다. 또 관리ㆍ감독 강화 차원에서 일반 면담은 사후에 소속 상급자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결과 역시 학교 측에 통보된다. 면담 장소 역시 교내를 원칙으로 하되 교외 면담이 필요하면 Wee(학생안전통합시스템)센터 등 공공 상담장소를 이용하게 할 계획이다.
경찰은 SPO 업무 및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면 비위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사건처럼 정작 문제가 터졌을 때 경찰관 개인의 일탈행위를 걸러낼 장치는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상세하게 구분된 업무 방침을 통해 이를 어기면 책임을 묻는 구조여서 사전경고 효과도 있다”면서도 “다만 시스템의 효율성에 의존하는 탓에 개인이 의도적으로 문제를 덮으면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PO 선발 과정도 지나치게 기능적 부분에만 치우쳐 있다는 평가다. 경찰은 SPO의 전문성을 높일 목적으로 아동과 청소년, 교육 및 상담 분야 전공자를 상대로 특별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인력 중에서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관을 우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한 인성검증 절차나 학교 안에서 활동하는 SPO가 맡을 역할을 규정한 프로그램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SPO 제도가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면 표준화한 프로그램과 전문성, 관리ㆍ감독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온 SPO 업무 정도를 정상화한 수준이어서 장기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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