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49)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14일, 검찰 내부는 분노와 배신감, 당혹감에 휩싸였다. 조사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진 검사장이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며 그간의 거짓말을 시인하는 장면을 본 검사들은 “허탈함과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주 특임검사팀이 발족하기 직전까지, 진 검사장이 넥슨의 돈을 받아 주식을 산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도 검찰 일각에서는 “주식 매매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었더라도 진 검사장이 선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직 수사 중인만큼 성급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공고했다.
하지만 이날 조간에 주식매입 자금을 갚지 않았다는 등 진 검사장이 자수서를 통해 의혹을 시인한 사실이 보도(본보 14일자 1면)되고, 오전에 검찰에 출석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는 급속히 냉랭해졌다. 특히 이날 밤 11시 진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 되자 서초동 검찰청사는 허탈함을 뛰어넘어 분노가 넘쳤다.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는 “주위에 많은 선후배들이 ‘설마 진 검사장이 거짓말을 하겠냐’며 그의 해명을 믿어줘야 한다고 했고 나 또한 옹호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긴급체포 소식을 듣고 보니 바보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황당하다.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이제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다. 착잡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출석할 때 검정색 넥타이를 맸던데 ‘오늘부터 사회적으로 끝났구나’하는 심정으로 나왔구나 싶었다. 힘이 빠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켠에서는 진 검사장이 과거 내사종결 처리했던 사건으로 의혹의 불길이 옮겨 붙는 것에 대한 당혹감과 조직의 신뢰 추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평검사는 “검사들끼리 점심을 먹으면서 각종 특혜 의혹이 사건과 연결된 게 사실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검찰 직무를 자신의 비즈니스로 이용한 것 아니냐. 왜 이런 사람이 검사장까지 돼서 조직을 욕 먹이는지 모르겠다”는 날선 목소리도 나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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