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의 영화산업 인수합병(M&A) 행보에 거침이 없다. 유럽 최대 극장체인을 인수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만에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사 지분 인수 논의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완다그룹이 미국 미디어그룹 바이어컴과 파라마운트픽쳐스 지분 인수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완다그룹은 80억~100억달러(약 9조1,720억~11조4,650억원)를 들여 바이어컴으로부터 파라마운트 지분 49%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영업 부진에 시달리는 바이어컴 입장에선 이번 거래로 충분한 현금을 조달할 수 있고, 자금력이 풍부한 완다그룹을 아시아권의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완다그룹에게도 최근의 공격적인 엔터테인먼트 자산 인수 행보에 속도를 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재로선 완다그룹이 최종 인수자가 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완다그룹 외에 다른 익명의 기업이 바이어컴 측과 지분 인수를 타진중이고, 설령 지분 협상에 진전이 있더라도 섬너 레드스톤 바이어컴 명예회장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빠른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바이어컴은 인수 등의 거래시엔 이사회로부터 만장일치 승인을 받도록 사규에 규정돼 있다.
앞서 완다그룹은 지난 12일 자회사인 미국 영화관업체 AM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국 오데온&UCI시네마스그룹을 9억2,100만파운드(약 1조4,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오데온&UCI는 242개 영화관에서 2,236개의 스크린을 운영중인 유럽 최대 영화관 업체다. 이에 따라 완다그룹은 세계 최대 극장 체인으로의 부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완다그룹은 지난 1월 영화 ‘다크 나이트’를 제작한 중견 영화사 레전데리 엔터네인먼트를 인수했고, 3월에는 미국 영화관업체 카이마크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억만장자 왕젠린(王健林)이 이끄는 완다그룹은 상업용 부동산 개발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관련 자산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주목받고 있다. 완다그룹은 특히 중국 축구굴기(堀起ㆍ우뚝 섬)의 첨병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스페인 축구팀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4,500만유로(약 576억원)에 인수했고, 올해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와 후원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대항마 역할을 할 새로운 축구리그 설립에도 나섰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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