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와 이별 등으로 우울증을 앓던 중학교 동창들이 함께 죽음을 택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7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 A(22ㆍ여)씨와 B(22ㆍ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6일 모텔에 투숙한 뒤 화장실에서 연탄과 번개탄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중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최근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연탄불을 쓰자’며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숨지기 전까지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전날에는 복용하던 우울증약과 신경안정제 일주일치를 미리 처방받아 한꺼번에 복용하기도 했다. 유가족 진술에 따르면 A씨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올해 3월부터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업체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지난달 갑자기 쓰러져 입원하게 되자 업체 사장은 ‘그만 나오라’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이후 공황장애와 대인기피증을 앓았다. B씨 역시 평소 약간의 우울증이 있었으나 사망 열흘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증세가 심해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각자 사정으로 우울증을 겪으면서 심적 고통을 나누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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