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0.1%P 내려 2.7%로
이주열 총재 “김영란법 시행 경기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
연구기관들 예측은 더 낮아
2%대 저성장 고착화 우려
금통위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또 다시 낮춰 잡았다. 특히 우리 경제가 작년부터 3년 연속 2%대 성장률 덫에 갇힐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망치가 주요 경제연구소 예측보다 높아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은은 14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발표한 2.8%보다 0.1%포인트 낮춘 2.7%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처음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7%)와 비교하면 1.0%포인트 낮은 수치로, 한은은 이후 3개월마다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20조원 이상 규모 재정 보강 대책 등 경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방 요인의 영향이 더 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한은이 꼽은 경기 하방 요인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 심화 ▦세계 교역 둔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ㆍ투자 위축 등이다. 한은은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민간 소비 감소도 경기 둔화 요인으로 꼽았다. 이주열 총재는 “법이 정착돼 가는 과정에서 일부 관련 업종의 업황과 민간 소비에 분명히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김영란법의 영향을 숫자로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경제전망을 다시 하면서 어느 정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까지 여섯 번이나 하향 조정한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2.7%)은 여전히 주요 경제연구기관 예측보다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ㆍ2.6%), 한국금융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5%), 현대경제연구원(2.5%) 등은 올해 한국 경제가 2% 중반대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여부, 추경 예산 편성의 적시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도 “경기 하방 요인 영향이 생각보다 클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낙관적으로 전망한 뒤 뒷북 조정하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적절한 정책 대응 시기를 놓쳐 경기 개선 효과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는 점점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이 총재는 “추경ㆍ금리인하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뒤집어 말하면, 완화적인 재정ㆍ통화정책이 없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5%에 불과할 거란 얘기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3.0%에서 2.9%로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작년(2.6%)에 이어 3년 연속 2%대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 5년 중 성장률이 3%를 넘은 것은 2014년(3.3%) 단 한 해에 그치게 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신사업ㆍ내수산업 육성 등 기초체력과 성장잠재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으로 동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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