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만 23세의 나이에 3관왕을 차지할 때만 해도 그의 앞날엔 장밋빛 미래만 보였다. 한국 사격계도 차세대 스나이퍼의 등장에 흥분했지만 이대명(28ㆍ한화갤러리아)에게 진종오(37ㆍKT)의 벽은 너무 높았다.
8년 전만 해도 이대명에게 ‘사격 황제’ 진종오는 우상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대명은 10m 공기권총 16위, 50m 권총 26위에 그쳐 당시 금메달리스트였던 진종오처럼 되고 싶어 무작정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2010년 독일 뮌헨 월드컵 개인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진종오를 꺾었다. 이어 이대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진종오를 물리치며 ‘이대명 대세’를 굳히는 듯 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진종오와 최영래(34ㆍ청주시청)에게 밀려 올림픽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그 사이 진종오는 더욱 완숙해진 기량으로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해 이대명을 멀찍이 따돌렸다. 실망이 컸던 이대명은 “런던 올림픽 경기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이대명은 지난 12일 충북 청주종합사격장에서 끝난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도 노메달에 그쳤다. 이 대회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진 리허설이었다.
그는 또 진종오에게 막혔다. 5일 열린 50m 권총 결선에서 진종오가 194.5점으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이대명은 148.6점으로 4위에 그쳐 입상하지 못했다. 6일 열린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도 초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157.3점을 쏴 4위에 머물렀다. 10m 역시 금메달의 주인공은 201.1점을 쏜 진종오였다. 그러나 이대명은 이제 진종오와 대결에서 ‘해탈’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진)종오형이 있어서 2인자 소리를 듣지만 형한테 배우는 점이 많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명은 “물론 메달을 못 따서 아쉽기는 하지만 괜찮다. 올림픽에서 잘하라고 메달을 따지 못한 것 같다. 그냥 액땜했다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된 이대명은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기억 때문인지 이번 선발전 때는 내 인생 최고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서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나가는 올림픽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한화회장배 성적 부진을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진종오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 이대명도 어느덧 산전수전 겪은 월드 클래스의 선수로 성장했다. 올림픽만 제외하고 모든 굵직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봤다.
올림픽 때마다 한국 선수단의 메달 신호탄을 쐈던 사격은 이번에도 올림픽 개막(8월 6일) 이튿날인 8월 7일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빛 총성이 울려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과 50m권총에 출전한다. 이대명은 자신의 주종목인 10m 공기권총에만 나선다. 사격계는 진종오가 50m 권총 금메달을 획득해 사격 사상 전인미답의 3연패를 이루고, 10m 공기권총에서는 이대명이 첫 금메달을 따 사이 좋게 금메달을 나눠 갖는 것을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바라보고 있다.
이대명은 “이번 한화 회장배를 치르면서 결선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정 시간을 가지고 격발을 하는 본선과는 달리 결선은 짧은 시간에 격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기 전까지 계속 준비하고 생각할 것이다. 리우에서는 결과도 좋지만 즐겁게 사격하는데 목표를 두겠다”며 “마지막 발을 쏘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가진 사격기술을 전부 보여준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10m 공기권총에서 또 한번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할 진종오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누군가 나보다 앞서 있다는 것은 동기 부여가 된다. 언젠가는 종오 형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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