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A(15)양은 자신이 다니는 태권도장 관원 9명과 함께 충남 서산으로 수련회를 갔다. 관장 B(34)씨는 수련회 자리에서 A양 등 어린 관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마시게 했다. 술 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B씨는 오전 3시쯤 옆자리에 있던 A양에게 ‘술에 취했다’며 부축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A양과 함께 숙소까지 간 B씨는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해 A양을 성폭행했다. B씨는 앞서 3시간 전에도 술을 많이 마셔 구토를 하는 등 몸이 좋지 않아 숙소에서 쉬던 C양(15세)양을 추행하기도 했다.
B씨는 이렇게 2013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10대 관원 5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 했다. 주변에 관원들이 있는 데도 어린 관원을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행각까지 벌였다. 피해자들 중에는 자매도 2쌍 있었다. 어린 소녀들과 그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아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할 처지다.
하지만 법정에 선 B씨는 반성의 기미는커녕 변명에 급급했다. B씨는 “신체 접촉은 품새 자세 교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어서 추행으로 볼 수 없고, 피해자들을 간음한 적이 없다”고 했다. B씨는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재판부는 이런 B씨에게 괘씸죄를 물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14일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8년에 비해 무려 5년이 형량을 늘린 것이다. B씨가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낸 원심에 대해 낸 항소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관원 여럿이 주변에 있는 와중에도 피해자 2명을 동시에 성폭행하는 대담함을 보였다”며 “일부 피해자는 충격 탓인지 여느 청소년처럼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부모들은 자녀가 둘씩이나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한 것을 알고 그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보상 등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 피해자와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지도하는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다년간 여러 차례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에게는 그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원심 형량은 피고인에 대한 무거운 죄책에 비춰 지나치게 낮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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