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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끈한 중국 “중재 판결은 휴지조각” 강공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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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끈한 중국 “중재 판결은 휴지조각” 강공 모드

입력
2016.07.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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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판결 직후 “中영토” 쐐기

“방공식별구역 선언 권리” 으름장도

美와 충돌, 무역 갈등 등 우려

서서히 대화 모색할 가능성

국제법정인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부정당한 중국의 향후 선택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안보 지형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일단 ‘강공모드’를 선택했다. 지난 12일 PCA 판결 직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라며 “남중국해에서의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 중재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PCA 결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남중국해의 실효지배력을 더욱 높여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13일 일제히 PCA 판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강력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법정의 공정성을 문제삼은 뒤 “남중국해상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언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일부 국가가 휴지조각에 불과한 중재판결을 집행해 우리 안보를 위협한다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수단으로 그들을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차원에선 2만자 분량의 백서를 발간해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거듭 주장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우리 영토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화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속속 감지되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최신형 핵잠수함과 구축함이 최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해함대에 추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새로 배치된 최신 094형 핵잠수함에는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쥐랑(巨浪)-3 탄도미사일이 장착됐다. PCA 판결 전날까지 엿새간 진행된 대규모 군사훈련에선 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를 통한 초음속 대함미사일 잉지(鷹擊)-12 공대함 미사일 발사훈련이 실시됐다.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이 미사일을 전면에 내세운 건 필리핀 동부해역에 머물고 있는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미국의 항모 2척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강공 일변도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정면충돌에 따른 부담이 크다. 세계 최강 전력을 보유한 미국과 맞설 경우 군사ㆍ안보분야에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경제ㆍ무역 측면에서의 심각한 갈등도 불가피하다. 이 경우 대규모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선 중국으로서는 자칫 후과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이 겉으로는 강경모드를 취하면서도 필리핀ㆍ베트남 등 분쟁 당사국들과 대화ㆍ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PCA 제소 당사국인 필리핀도 중재 판결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데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베트남 역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무한갈등 상황에 놓일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 베트남의 양자협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영토주권이 걸린 문제라 PCA 판결을 결코 수용할 수 없을 테고 정치적으로도 강경모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과의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간 주장해온 대로 관련국과 양자 협의 테이블을 만들면서 서서히 출구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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