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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브라티슬라바…5시간 만에 두 나라 수도여행

입력
2016.07.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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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외국은 당연히 ‘바다건너’ 해외지만 유럽은 많은 나라들이 촘촘히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과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는 두 나라 수도 중 세계에서 가장 거리가 가깝다. 약 65km로 서울시청에서 인천공항 가는 것과 비슷하다. 아침에 빈을 출발해 브라티슬라바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고 점심시간에 돌아오는 ‘반나절 만에 2개국 수도여행’에 도전해보았다.

브라티슬라바 성에서 내려다본 구도심 풍경.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브라티슬라바 성에서 내려다본 구도심 풍경.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빈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은 열차와 버스, 선박 등 3가지. 그 중에서 도심과 도심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선박이다. 지하철 스웨덴광장역(Schwedenplatz)을 빠져 나오면 도나우 강변에 두 도시를 하루 5차례 오가는 트윈시티라이너(twin city liner) 선착장이 보인다. 브라티슬라바까지는 75분, 요금은 성인기준 30유로다. 슬로바키아도 EU 국가이기 때문에 별다른 통관절차는 없지만, 검표원이 여권을 확인한다.

오전 8시 30분 첫배에 올랐다. 강폭이 생각보다 좁다. 선착장이 있는 곳은 도나우강의 샛강, 도심구간을 빠져나가면 넓어진 도나우강과 합류한다. 시속 50~60km 속도로 달리는 선상에서 강바람도 시원하고 강변 숲도 푸르른데 강물은 엷은 황갈색에 가깝다. 요한 슈트라우스가 노래한‘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빈 시내에 위치한 또 다른 지류 ‘올드 도나우’다. 호수처럼 잔잔한 물살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로운 곳이다.

시원하게 달리던 배가 속도를 줄이면 국경을 넘는다는 신호다. 승무원이 마스트의 오스트리아기를 내리고 슬로바키아 국기로 바꿔 다는 것으로 입경절차가 끝난다. 국경에서 10여분이면 브라티슬라바 선착장이다.

배에서 내리자 예약도 없었는데 시티투어 안내자가 마중 나와 있다. 1시간 동안 구(舊)도심과 브라티슬라바 성(城)까지 둘러보는데 10유로다. 오후 2시까지 빈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트럭을 개조한 듯한 빨간 미니버스가 배에서 내린 관광객을 태우고 서둘러 출발한다. 내부는 허술해 보였지만, 좌석마다 영어와 독일어 안내 이어폰까지 갖추고 있다.

선착장을 출발하면 바로 도심이다. 인구 50만이 안 되는 작은 도시라지만 한 나라의 수도 치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한산하다. 눈에 보이는 차량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전차도, 오래된 건물도, 도로를 건너는 사람도 미니어처처럼 느껴진다. 버스는 국립극장, 아트하우스, 정부청사, 슬로바키아 기술대학, 대통령 궁을 차례로 지나 언덕길로 오른다. 아주 좁은 구역에 국가 핵심 시설이 밀집해 있다.

구도심과 성곽을 둘러보는 투어버스.
구도심과 성곽을 둘러보는 투어버스.
브라티슬라바 성에 15분간 정차. 사실 사진 찍기에도 빠듯하다.
브라티슬라바 성에 15분간 정차. 사실 사진 찍기에도 빠듯하다.
슬로바키아 국립극장 앞에 내리면 한 시간 정도 도보여행을 할 시간이 남는다.
슬로바키아 국립극장 앞에 내리면 한 시간 정도 도보여행을 할 시간이 남는다.
한가하고 아담한 브라티슬라바 구도심 골목
한가하고 아담한 브라티슬라바 구도심 골목
골목은 차량대신 노천 카페가 점령
골목은 차량대신 노천 카페가 점령
빈으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 뒤편은 성 마르티나 성당.
빈으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 뒤편은 성 마르티나 성당.

투어버스는 브라티슬라바 성에 관광객을 부려놓고 15분간 시간을 준다. 성을 찬찬히 돌아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으로 끝날 시간이다. 대부분 도나우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향하지만 입구 맞은편에서 보는 구도심의 풍경이 더욱 예쁘고 정겹다.

투어는 언덕길을 내려온 버스가 국립극장 앞에 관광객을 내려놓는 것으로 끝난다. 국립극장 앞에서 막시밀리안 분수광장에 이르는 거리는 차량 대신 노천카페가 점령했다. 아이스크림과 기념품 가게 등이 밀집한 골목은 도보여행자들의 천국이다. 빨간 지붕과 하얀 벽면, 골목 사이사이까지 파고드는 햇살이 눈부시다. 아기자기한 풍경은 일반 카메라보다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다양한 필터효과를 내보고 싶은 욕구를 충동질한다.

빈으로 돌아오는 길은 열차대신 시티투어 가이드가 추천해준 대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정류소는 구도심 바로 옆이고, 기차역은 택시를 타거나 30분은 걸어야 할 위치다. 도나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Most SNP) 바로 아래의 버스정류소는 국경을 넘는 버스(BLAGUSS社에서 운영)가 정말 올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술하다. 조그만 매표소는 문이 잠겨있고, 하루 14차례 운행하는 시간표만 붙어 있다. 다행히도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했고, 7.5유로의 요금은 운전기사에게 직접 지불했다.

브라티슬라바 시내에 한 군데 더 정차한 버스는 드넓은 들판을 지나고 빈 국제공항을 거쳐 1시간 조금 더 걸려 빈 외곽 에드버그슈트라쎄(Erdbergstrasse) 전철역에 도착한다. 빈 도심으로 되돌아온 시간은 오후 1시 30분, 정확히 5시간 만에 외국 수도를 여행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빈에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약 2시간 30분, 체코의 프라하는 4시간 거리여서 역시 당일 여행권이다.

빈=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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