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치권선 강경함 기대하나
내각 절반 여성 각료로 채우고
대기업 규제 등 대처와 반대 정책
獨 메르켈 총리와 성장 배경 유사
강경 보수보다 중도 우파 택할 듯
전세계가 테리사 메이(59) 신임 영국 총리를 ‘제2의 마거렛 대처’로 주목하고 있다. 26년 만에 탄생한 여성 총리라는 점 때문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대처 전 총리에 비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오히려 앙겔라 메르켈(61) 독일 총리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등 전연 다른 면모의 메이를 조명하고 있다. 당장 그는 내각의 절반을 여성 각료로 임명하는 등 대처와는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메이는 새 내각의 절반을 보수당 여성의원들로 채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내각 구성으로 앰버 루드 에너지 장관이 내무장관을, 저스틴 그리닝 국제개발장관이 보건장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캐런 브래들리 내무차관과 메이의 오랜 측근인 마고 제임스 보수당 의원 등이 새 내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전히 보수적인 전통이 강한 영국 정가에서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는 것은 다소 파격이다. 대처는 11년간 총리 생활 중에 단 한 명의 여성만 내각 인사로 임명했다.
메이는 경제정책에서도 대처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메이는 신임 총리에 내정된 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노동자 계층의 소외 문제를 확인했다”며 대기업 경영진 연봉 규제 도입 등 재계 특권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처가 1980년대 여성 최초로 총리직에 오른 후 긴축재정 실시와 소득세 감면, 정부 규모 축소 등 자유시장 경제를 중시했던 것과 차별화된다. 때문에 메이와 대처가 사뭇 다른데도 영국 정치권에서 종종 비견되는 데는 26년 만에 탄생한 여성 총리라는 점도 있지만 브렉시트 이후 혼란스런 정국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그에게 대처와 같은 강단 있는 리더십을 기대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메이를 그의 과거 정책이나 견해 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실용주의’ 노선을 지향하는 메르켈과 흡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메르켈은 여론이 갈리는 쟁점 사안의 경우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메이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이 양분되자 유럽연합(EU) 잔류파인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는 등 신중한 정치적 태도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셜플랜(GMF)의 한스 쿤드나니 외교정책 분석가는 “어떤 이슈에서 메르켈의 의견은 마지막 순간에서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메이도 속을 헤아리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향후 정국 운영에서도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 초기 결단력 있는 우파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독일 판 철의 여인’이라고 불렸지만 이후 실용적 중도 우파의 모습을 보여 대처 전 총리와 거리감을 보였다. 메이 총리도 집권 이후 반 EU 목소리를 높이는 강경한 보수 노선을 택하기 보다는 브렉시트 찬반 진영 간 사회적 합의를 우선시하는 중도 우파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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