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배치 반대” 당론 채택
더민주에 분명한 입장 표명 요구
더민주는 수권정당 흠 잡힐라
신중론ㆍ반대론 사이 결론 못내
“당내 친중ㆍ친미파 대결” 評도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이 야권의 안보 주도권 경쟁에 불을 댕겼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수권세력으로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며 당론 채택을 미룬 반면, 국민의당은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에 분명한 태도를 요구하며 안보의 선명성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더민주는 12일 비공개 의원간담회를 열고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찬반 문제로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로 대응했으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당 안팎의 여론에 부딪힌 탓이다. 의원 6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선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이 신중론보다 우세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설훈 심재권 의원 등은 사드의 북핵 억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들어 반대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이철희 최명길 의원 등은 한미동맹과 정부와 미군간 협의를 되돌리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한 참석자는 “50년쯤 후에 오늘 간담회를 평가한다면, 당내 진보ㆍ보수 대결이 아닌 친중ㆍ친미파 간 첫 대결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 같은 다양한 의견을 비대위에 전달해 추가 논의할 예정이나, 입장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 개인이 소신 차원에서 반대할 수 있지만 당론 반대는 수권세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뜻이 분명하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결정을 야당일 때 뒤집어 비난을 산 전례처럼, 섣부른 반대 당론이 내년 대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한미의 배치 결정 철회와 국회동의 절차를 요구하고, 야3당과 협의해 대국민서명 운동과 미국ㆍ중국에 사절단 방문 등을 추진키로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북한에 대한 미사일 대응력을 얻는 대신에 북한의 핵 보유를 돕고 통일을 어렵게 만들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까지 주장한 사드 배치의 국민투표 결정을 이날은 언급하지 않아 사실상 철회했다. 정동영 의원이 더민주의 모호한 태도를 비판하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등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더민주 비판의 전면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9일 히말라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2월 국방위에서 “사드 배치 논의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북핵 억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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