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지역구 현안 K2 기지 이전
朴대통령 지시에 내심 반색
“TK, 사드 배치되면 감당해야”
“앞으로 소통기회 또 올 것” 기대
“앙금 해소 단정 일러” 관측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K2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의 조속한 통합 이전을 약속한 것을 두고 “(저에게) 힘을 실어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으로 촉발된 극심한 계파갈등의 정점에 있던 두 당사자가 앙금을 풀고 해빙기를 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K2 이전은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약이었다. (이전) 의지를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해가 풀린 정도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유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라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신 것은 맞다”고 답했다. 실제로 K2는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자리잡고 있다. 또 K2 이전은 유 의원이 2005년 대구 동을 재보선 출마 당시 내놓은 핵심공약이며, 18, 19대 국회에서 그가 국방위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였다.
유 의원은 또 이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역으로 대구ㆍ경북(TK) 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대해 “(TK에 배치돼도) 어떤 식으로든지 감당해야 한다”고 정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두 사람 사이의 훈풍은 지난 8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부터 불기 시작했다. 당시 35초간 인사말을 나누면서 유 의원이 “영남권 신공항 문제와 K2공군기지 이전 난항으로 대구민심이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대구시민께 잘 이야기해주시고 같이 의논하며 잘하시죠”라고 화답했다. 그 뒤 사흘 만에 박 대통령이 유 의원과 대구시민의 숙원인 통합 이전을 공식석상에서 지시한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원내대표에서 사퇴하기 전에 대통령을 뵙고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소통부족이나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며 “앞으로 차차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가 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있었던 오해가 풀리면 대통령께서 제 진심을 이해해주실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본인의 대권행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하고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다음 대통령은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개혁정신과 공동체에 대한 열정ㆍ공감이 필요한 덕목인데 제 자신이 그런 준비가 돼 있느냐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이날 “대통령의 레임덕에 매달리는 전당대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박 대통령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기치로 내세운 친박계를 겨냥했다. 아직 두 사람 사이의 긴장 관계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