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PAC)의 남중국해 판결을 놓고 일본 정부가 내심 속으로 떨고 있다. 겉으로는 “정당한 국제법 체계를 존중하라”며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뒤로는 ‘뜨끔’한 이유가 따로 있다. 일본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한 거점인 산호초지대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가 섬이 아닌 바위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번 PAC 판결이 일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판결문을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번 판결은 섬을 영유하는 각국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PAC 판결의 법적 구속력은 당사국인 필리핀과 중국에만 미친다고 하지만 향후 다른 나라에서 중재재판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심각하다”는 정부관계자 언급을 전했다.
신문은 오키노토리시마에 대해 중국은 바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도 동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오키노토리시마 문제로 반격해올 수 있어 일본 정부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PCA 판결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가 만조 때 물위에 있는지나 인간의 거주 및 독자적 경제활동 유지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이 지역은 섬이 아니며 중국이 주장하는 EEZ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유엔해양법 조약은 ‘만조 때도 수면위에 있는’ 지형을 섬으로 정의하며 ‘인간의 거주 또는 독자적 경제생활 유지가 불가능한 바위는 EEZ나 대륙붕을 지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논리를 따른다면 오키노토리시마 역시 섬이 아니라 바위이거나, EEZ를 인정할 수 없는 지형이라는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노토리시마는 도쿄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1,700㎞ 떨어져있다. 산호초와 바위로 구성됐으며 밀물 때에는 대부분 물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면위로 유지되는 면적의 합계가 10㎡가 못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일본 정부가 해온 콘크리트 공사 등은 남중국해에서 진행해온 중국 정부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최남단 무인도’로 부르는데서 알 수 있듯이 엄연한 섬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987년부터 주위를 콘크리트로 덮는 공사를 벌였다. 1991년 가로20m, 세로80m 크기의 받침대를 세우고 그 위에 감시관측용 건물까지 세웠다. 또 이를 근거로 일본 영토보다 넓은 약 40만㎢의 EEZ를 일방적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2014년 3월에는 선박이 정박하는 부두건설 공사중 인부 7명이 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까지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각종 해양조사나 자원개발, 어업활동 등 가치가 무궁무진한 해양영토 확장에 몰두해왔다.
특히 지난 5월 등장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대만 신정부가 오키노토리시마는 바위라는 전임 정부 입장과 달리 현지에 파견했던 해양순시선을 철수한 데 대해 고무돼 있다. 일본 외교의 승리라며 자축해왔다. 하지만 이번 PCA 판결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의 기존입장쪽에 편을 들며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생겨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대응논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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