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다 이제 나왔을까.
2011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당시 연주하는 윤소영(32)의 동영상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거침없이 내려 긋는 시원한 운궁과 프레이징, 무게감 있는 소리, 화려한 몸짓으로 무대를 압도한 윤소영은 이 대회에서 1위를 비롯해 11개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타고난 솔리스트 음색의 그는 그러나 이듬해 곧바로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자리에 올라 5년째 악단을 이끌고 있다. 윤소영이 오랜만에 독주 무대를 갖는다. 14일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페스티벌 오브 바이올리니스트’에서 그는 베토벤, 브람스, 프랑크 소나타를 들려준다.
“제가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싫어해서요.” 12일 한국일보와 만난 윤소영은 오케스트라 입단한 이유로 “연주를 오래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바이올린 잘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연주 무대가 없어 우울증 겪다가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바젤 심포니는 단원 외부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편이라 솔로 활동, 실내악 연주를 많게는 한 달에 5, 6번도 하죠. 솔로로 스포트라이트 받다가 단원으로 돌아갈 때, 오케스트라 피트 아래로 숨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5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한예종 조기 입학, 퀸엘리자베스 콩쿠르(2009년)·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2007년) 입상 등 또래 클래식 연주자들이 거친 엘리트 코스를 고스란히 다 밟았던 윤소영이 국내 음악계에서 생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려한 무대 매너와 달리 연주 홍보는 물론이고, 자신이 녹음한 음반이나 출전했던 콩쿠르 동영상도 한 번도 듣거나 보지 못할 만큼 소심한 구석도 있다. “집안에 음악하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 부모님이 제 음악을 잘 모르실 테니까 얼굴 표정으로, 몸동작으로 작품 특징이나 감정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100% 표현했다고 해도 청중은 30%정도만 본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워서 (동영상을) 잘 못 봐요.”
4년 여간 악장으로 활동하며 내린 결론은 “솔로 활동만 할 때보다 배우는 게 훨씬 많다”는 것. 입단 전엔 보지도 않았던 교향곡, 오페라 악보는 당연히 공부해야 하고, 솔로 활동도 그대로 병행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오리온 트리오’를 결성해 전곡을 암보로 연주하는 실내악 공연도 한달에 한번 꼴로 연다. 오케스트라 단체 연습과 개인 연주회를 앞두게 되면 하루 12시간씩 연습하는 날도 부지기수. 연습량은 한창 콩쿠르에 출전했던 20대보다 많다. “하다못해 제가 악장이 되고 나니 바이올린 협주 때 지휘자 가려서 서는 연주자가 싫더라고요. 연주 사인을 못 보니까. 솔로로 무대 설 때 악장한테 지휘자 보이냐고 항상 물어보죠.”
14일 연주회는 이런 윤소영의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자리다. 베토벤 소나타 8번, 브람스 소나타 2번, 프랑크 소나타로 구성된 연주회는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협연한다. 베토벤 소나타를 “쇼스타코비치 작품처럼 비브라토를 많이 해서 (실력을) 숨길 수 있는 곡이 아니”라고 소개한 윤소영은 “크리스탈 같은” 꾸미지 않는 소리를 들려줄 생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자넷 얀센 연주를 좋아해요. 예쁘게 연주하는 것 보다 제가 뭘 느끼고 생각하는지 표현하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거든요. 그런 연주, 들려드리고 싶어요.”
(02)6303-1977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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