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던컨/사진=샌안토니오 스퍼스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렌차이즈 스타가 은퇴를 선언했다.
팀 던컨(40)은 12일(한국시간) 소속 구단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통해 "19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1997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샌안토니오에 입단한 던컨은 지금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와 함께한 샌안토니오는 지난 19년간 매 시즌 최소 6할 이상의 승률을 올렸다. 6할 이상의 승률로 연속 19시즌을 보낸 팀은 샌안토니오가 유일하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19년간 정규시즌 통산 1,072승 438패를 기록했으며 5차례(1999ㆍ2003ㆍ2005ㆍ2007ㆍ2014년) 리그 정상에 올랐다. 던컨은 개인적으로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의 빛나는 업적도 남겼다.
올해 NBA는 역대 최고의 프렌차이즈 스타 2명을 보냈다. 코비 브라이언트(38)와 던컨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가장 오랜 시즌 한 팀에서 뛴 프렌차이즈 선수들을 조명했다.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ㆍ20시즌), 던컨, 존 스탁턴(유타 재즈ㆍ이상 19시즌),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 칼 말론(유타 재즈), 레지 밀러(인디애나 페이서스ㆍ이상 18시즌) 순이다. 2015~2016시즌을 끝으로 브라이언트와 던컨이 은퇴하면서 이제 리그엔 노비츠키 정도만이 프렌차이즈 스타의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 미국프로농구(NBA) 프랜차이즈 스타들인 팀 던컨(왼쪽)과 덕 노비츠키/사진=샌안토니오 스퍼스 페이스북.
던컨의 은퇴는 프렌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한 번 더 일깨워줬다. NBA 최고 스타들은 최근 몇 년 간 잇따라 팀을 옮겼다. 르브론 제임스(32)는 우승을 위해 2010년 친정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로 둥지를 옮겼다. 4년 만에 클리블랜드로 돌아오긴 했지만, 제임스는 당시 등을 돌렸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득점기계' 케빈 듀란트(28) 역시 데뷔 후 9시즌을 뛴 오클라호마시티를 저버리고 스테판 커리(28)가 속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최근 이적했다. 프렌차이즈 스타로 남은 스탁턴(54)과 말론(53), 밀러(51) 등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이들은 모두 무관으로 남았지만, 정든 팀과의 의리는 끝까지 지켰다. 그래서 팬들로부턴 남다른 존경을 받고 있다.
다른 종목도 프렌차이즈 스타가 사라지고 있긴 마찬가지다. 유럽 축구만 봐도 과거엔 라이언 긱스(43), 폴 스콜스(42ㆍ이상 맨유), 파올로 말디니(48ㆍAC밀란),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42ㆍ유벤투스) 등 프렌차이즈 스타들이 즐비했다. 델 피에로는 2006~2007시즌 승부조작 파문으로 유벤투스가 2부 리그로 강등될 때도 "신사는 '숙녀'가 필요로 할 때 떠나지 않는 법"이라며 팀에 잔류했다. '라 베키아 시뇨라(La Vecchia Signola)' 또는 '올드 레이디(Old Lady)'라는 애칭의 유벤투스를 떠나지 않겠다는 비유였다. 그러나 요즘엔 한 팀에서 10년 이상을 뛴 선수들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종목별 프렌차이즈 스타들은 1990년대나 그 이전 팀에 입단한 선수들이 많다. 프렌차이즈 스타의 감소 현상은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된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지역화)의 영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NBA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마이클 조던(53) 등 자국 슈퍼스타들을 통해 리그를 세계에 알리는 '세계화'를 주로 진행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야오밍(36)을 통해 중국시장을 개척하는 등 '지역화'를 추진했다. 세계가 하나의 커다란 이적시장이 되면서 선수 이동도 잦아졌고, 선수들도 프렌차이즈라는 훈장보단 우승이나 연봉을 쫓아 팀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렌차이즈 스타들은 해당 구단 연고 지역의 팬덤을 강화시키고 리그가 스토리를 창출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런 만큼 프렌차이즈 스타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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