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의 대명사인 타이레놀의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태아의 뇌 발달을 저해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병 위험이 40%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호르디 율베즈 박사팀이 “임신 중 아세트아메노펜을 복용하면 자폐증이나 ADHD를 가진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임신부 2,644명을 대상으로 임신 12주, 32주 두 시기에 얼마나 자주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는지 설문 조사한 뒤, 출산 후 5세가 된 시점에서 자녀들의 뇌 발달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어머니 뱃속에서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자폐증 증상을 겪었고, 임신 중 한 번이라도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은 임신부의 자녀들은 ADHD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임신부의 자녀보다 40% 이상 높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역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임신부가 해열ㆍ진통을 위해 먹는 약 가운데 비교적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하루 최대 허용량은 4,000㎎을 넘지 말아야 한다.
ADHD는 남자 어린이에게만 발생했다. 율베즈 박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태아의 뇌로 가는 것을 여성호르몬이 막아 여자 어린이들은 ADHD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의약 및 보건제품규제정(MHRA) 관계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지 말라고 권한다”며 “복용하기 전에 의사, 조사사, 약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브리스톨대 산부인과 전문의 진 골딩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임신 중 흡연 등과 같이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빠졌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의 복용 안전성은 주의 깊은 연구가 이뤄지기 전까지 속단하기 이르다”고 했다.
앞서 존 올슨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팀은 ‘미국의학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출생 전 타이레놀에 노출된 어린이는 7세 이전에 과잉운동성장애(HKD) 진단을 받거나, ADHD와 비슷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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